■ 새내기 교사들의 고충
보상에만 집착하며 경쟁 과열
‘격려’하며 내적동기 유발해야
엉뚱하게 흘러버린 학급회의
교사가 ‘길잡이’ 역할 맡아야
규칙과 벌칙·보상제도 정하기, 환경미화, 임원선거 등 한 해 동안의 기틀을 잡는 일과 출결관리, 조․종례와 같은 일상 업무까지 학급운영의 모든 것을 통칭하는 ‘학급경영’.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교육적으로 그리고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비단 저경력 교사 뿐 아니라 모든 담임들의 숙제일 것이다. 특히 보상제도 운영은 모든 저경력 교사들이 손꼽는 ‘딜레마’다.
#. 서울A초 B교사의 학급은 개인, 모둠, 학급단위로 3종류의 보상 제도를 뒀다. 그런데 운영을 하다 보니 개인과 모둠보상에만 치중하게 돼 전체보상은 유명무실한 존재가 돼버렸다. 또 보상에 집착하는 아이들이 생겨나면서 모든 면에서 경쟁이 과열돼 학생들이 분산되는 부작용을 경험했다. 그는 보상을 주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수는 있지만 경쟁과열이라든지 모둠보상 시 무임승차와 같은 문제들을 생각하면 계속해야 할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충남 C초 D교사는 그래서 점차 보상을 줄여나가고 있다. 먹을 것을 주는 물질적인 보상은 학생들의 동기유발이 가장 쉽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단기적으로 그때그때 원하는 것을 얻다 보면 나중에는 내적동기를 유발하기 힘들어져 학습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김정희 광주문흥중앙초 수석교사는 “저학년의 경우 이런 외적인 보상이 단기적인 효과를 빨리 볼 수 있는 수단이지만 이런 형태를 고학년까지 끌고 가선 안 된다”며 “내적동기를 유발할 수 있도록 보상의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적 보상만 사용하면 이를 악용하거나 보상이 없을 때는 동기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결과보다는 과정과 노력의 여부를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선생님이 자신에게 관심 갖고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 서울 E초 F교사는 학급회의를 운영할 때 이런 ‘딜레마’를 느꼈다. 자신은 나서지 않고 학생들끼리 운영하도록 했는데 아직 분별력이 부족해서인지 겉보기에 혹하지만 실은 옳지 않은 의견에 우르르 동조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임원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회장이 되면 엄마가 스마트폰을 사주기로 해서 나왔다’며 장난 식으로 공약을 발표한 학생이 당선되고 만 것. 학생들이 민주주의, 자치 등의 개념을 배우게 하기 위해 자신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나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전문가들은 “학급회의에서 교사는 ‘방관자’가 아닌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영란 경남 금성초 수석교사는 “적절한 시점에 개입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하는 식으로 상황을 제시해주고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즉 학생들이 상황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스스로 깨닫고 때로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기도 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능력을 길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퇴를 한 학생이 알고 보니 거짓말을 하고 놀러 다녀온 경우, 상습적으로 지각․결석하는 학생 등 출결지도 또한 저경력 교사들이 겪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조퇴를 원하는 학생이 모범생이면 쉽게 보내주지만 문제학생인 경우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되는 것도 차별은 아닌지, 꾀병 아니냐며 안 보내줬다가 나중에 더 큰일로 번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갖게 된다.
노상원 울산 성안중 수석교사는 “대충 넘어간다고 생각하면 학생들은 그런 허점을 쉽게 파고들기 때문에 학년 초 출결규정을 설명하고 원칙을 공포, 출결에 대해서는 철저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결석계에 학부모의 도장이나 친필 사인을 받아오게 하거나 조퇴를 원하는 경우 부모에게 전화해 의사를 물어보는 등 가정과 연계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그는 “학급경영의 모든 활동은 교육의 본질과 목적에 부합해야 함은 물론 구상과 전개가 학생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학생들의 심리적 욕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학급경영 방식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