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리는 잘 가르치고 있는 걸까

2015.06.09 13:46:10

최근 교육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교육포럼이 인천에서 열렸다. 교육평등을 핵심으로 한 이번 포럼은 교육의 질과 미래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자 각국 대표들이 열띤 토론을 했다.

배우고 가진 자가 횡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원동력을 ‘교육 덕’이라고 말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역시 “글로벌 시대에 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향상시켜야 한다”며 참가자들에게 한국의 사례를 홍보했다.

그런데 그동안 언급해 온 “여성과 어린이들에 대한 차별 없는 교육” 말고는 선뜻 마음에 다가오는 알맹이가 없는 듯하다. 즉 ‘무엇을 지향하여 나아가자’라는 방향성이다. 부연하면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가치지향이 없는 느낌이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문맹퇴치와 교육의 보편성이 시급하겠고, 선진국에서는 첨단교육과 같은 교육의 질을 고민하겠지만 그것이 전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명파괴와 살인, 정보와 자본 독점 등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와 개인을 상대로 무자비한 만행이 첨단교육을 받지 못해서 발생하는가. 생각하면 참으로 넌센스다. 오히려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과분할 만큼의 교육을 받은 이들의 노골적인 횡포가 문제다. 그들의 표리부동한 모습. 정치와 경제 나아가 법을 주무르는 그들은 밀실에서 야합하며 굶주리는 이들의 밥그릇까지 빼앗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을 각국의 교육부 장관들에게 조언할 만한가. 우리나라의 성공사례를 ‘한강의 기적’이란 단어로 일축할 성질이던가. 교육의 목적은 잘 먹고 즐기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진정한 교육의 목적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더불어 살 줄 아는 것을 가르치는 데 있다.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행위로부터 전쟁이나 살인과 같은 끔찍한 폭력을 거부할 줄 알고 가난한 나라와 병들고 굶주리는 이들을 위해 서로의 몫을 나누는 데 있다.

어린 시절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배우지 못하고 건너뛰는 세대, 뭘 해도 좋으니 자기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는 게 인생이라고 배우는 세대, 그리하여 등교할 때부터 집에 귀가하기까지 스마트폰과 연애를 하며 교실에서는 교사를 우롱하고 낄낄대는 아이들. 대기업 신제품이 출시됐다고 첨단시대라 한다면 궤변이다.

그러면서도 청소년 비행과 사건사고가 터지면 입시교육 탓이라고 앵무새처럼 둘러대고 총기사고나 뇌물 사건이 터지면 정쟁으로 돌려 정작 도덕이나 윤리가 실종된 교육현실에 대해 아파하는 목소리는 없다.

참다운 인간교육으로 극복해야

이제라도 눈물겨운 윤리회복이 절실하다. 아이를 엄하게 키워 훗날 자식이 부모를 거추장스러워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학생들을 엄하게 키워 제자가 구속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야생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는 즉즉 계도해 조국의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어야 하겠다. 그리하여 괴물로 변한 서양의 자본 만능을 우리의 윤리로 정제해 참다운 인간교육을 해야겠다.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키우는 것으로 윤리적 정화의 출발점인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분쟁과 테러, 지성인과 정치 자본가들의 타락, 정작 고해성사를 보아야할 그들.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타락한 욕망으로 살아가는 돌연변이가 득실거린다. 들꽃처럼 청초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 그리운 시대. 그런 사회를 만들 수는 없을까. 우리의 혈액 속에는 향기로운 들꽃 휴머니즘이 흐르는데.
김평엽 논설위원·경기 효명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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