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했어요. 음악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의 마음이 치유되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지켜봤죠. 보람을 느꼈습니다. 최고의 음악선생님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교사를 천직으로 알고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몰두했던 김태호 전 부산 연산초 교사. 그는 40년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음악 지도에 열정을 쏟았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정년퇴임했다. 비록 교단에 설 수는 없지만, 그의 가르침은 현재진행형이다.
김 전 교사는 2013년 부산 반송지역 초등학교 4곳에 재학 중인 학생 40여 명으로 구성된 ‘징검다리합창단’을 창단했다. 상대적으로 교육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진정한 하모니는 서로 어우러져야 만들 수 있다”면서 “합창의 아름다움은 배려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합창은 아이들의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찾고 남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죠. ‘튀는 나, 튀는 너’보다는 ‘어울리는 우리’가 돼야 하모니를 이루고, 노래를 배우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감동을 받을 수 있어요. 합창을 통해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었습니다.”
그의 지도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22년간 부산 KBS 어린이합창단을 지도했고 직접 작곡한 동요 ‘산길’ ‘맞아맞아’ 등은 창작동요제에서 상을 받았다. 특히 ‘기차를 타고’는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다.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지도자를 만난 덕분에 징검다리합창단은 창단한 지 1년 만에 삽량어린이합창제에서 동상을 받았다. 이후 지역 학교에서 열리는 학예제에 초청돼 여러 번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처음에는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낮아 단원을 구성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여럿이 함께 노래해야 하는 합창의 특성 상 연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어렵게 합창단을 꾸려 두세 달 연습에 매진했지만, 학원에 가야 한다며 그만두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합창 활동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폭력적인 성향의 한 아이가 있었어요. 정서적으로 불안해 친구들과의 다툼이 잦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지낸다는 거였죠.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합창단을 지도하길 잘했구나, 생각했어요.”
아이들에게 일어난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선 참을 줄 알게 됐다. 5분도 채 집중하지 못해 분위기가 흐트러졌던 처음과 달리 이제는 1시간 이상 거뜬히 연습에만 몰두한다. 감성이 풍부해서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도 생겼다. 사실 그보다 값진 건 표정이 밝아졌다는 점이다. 그는 “큰 대회에서 상을 받은 후로 ‘징검다리합창단’의 단원으로서 자긍심도 갖더라”고 귀띔했다.
“올해 초 합창단원을 모집할 때는 오디션을 볼 정도로 지원자가 몰렸어요. 인기가 높아졌다는 증거죠. 더 많은 학생들이 징검다리합창단에 참여하고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한 번쯤은 대회에 나가 상도 받아보고요. 부산 지역에 제2·3의 징검다리합창단이 창단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후배 교사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 교육 현장은 어렵고 힘든 부분이 많아 때로는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면서도 “그럴수록 교사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스승을 따르는 소중한 제자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