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은 전 국민 ‘공동프로젝트’로 실천해야”

2015.12.17 16:23:39

인성교육 실천운동 ‘전도사’ 안양옥 교총회장

위기의 아이들, 미래 대한민국
인성교육이 정답이다

인성교육 내용이자 방법인
교사, 학교가 그 중심에 서야

프로그램, 평가 위주 지양하고
모든 교과에서 항시적 활동을

왜 진영‧이념논쟁 도구 삼나
이제 범국민운동 실천할 때





교원대표로서 이제는 인성교육 ‘실천운동가’ ‘전도사’의 이미지가 더 강한 안양옥 교총회장(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상임대표). 그가 그 길을 숙명으로 생각한 건 2011년 12월,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대구 한 중학생의 유서를 읽고서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그 말을 남기고 떠난 아이를 생각하니 정말 눈물이 멈추지 않더군요.”

비단 한 학생의 자살이었지만 그것은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지식․경쟁 위주 교육의 단면을 폐부 깊숙이 내보인 비극이었다. 학생 자살률 OECD 1위, 저연령․흉포화 돼 가는 학교폭력과 왕따….

우리 교육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되겠다 생각한 그는 2012년 7월 24일, 전국의 161개 교육․시민․사회단체와 인실련을 출범시켰다.

“출구를 찾지 못해 극단을 선택하는 아이들, 그들이 이루게 될 대한민국은 미래도 생명력도 잃게 될 것”이라는 안 회장은 “아이들과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성교육 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생명길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 사회가 범국민 인성실천운동을 펼 때 비로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는 ‘인성을 가르치는 학교’를 출간하고 그 메시지를 절절히 풀어냈다. 인성교육만이 살 길이라는 믿음으로 인실련 창립과 인성교육진흥법 제정 등에 앞장 서 온 그를 만났다.

-왜 그토록 인성교육입니까.
그것이 아이들을 살리고 교권을 바로 세우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고는 정작 무관심 속에 방치된 아이들이 학교폭력, 왕따, 자살 등 극단적 분출로 SOS를 치고 있어요. 인성교육으로 자아 존중감과 배려, 사회성, 협력의 가치를 키워주는 일이 급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고 봐요. 교사는 학원강사가 아닙니다. 지식을 넘어 ‘인생’과 ‘지혜’를 가르치는 전인교육자이기에 교사는 전문연구직으로서 교권을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위기의 대한민국도 인성교육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 방산 비리 등은 국가의 근간마저 흔드는 우리 사회 부조리의 종합선물세트예요. 그래서 국가 개조론까지 나왔잖아요. 하지만 제도가 갖춰져도 그걸 운용하는 사람이 바르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가정, 학교, 사회가 인성이 바로 선 사람을 길러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인실련을 출범시킨 것도 그런 의미인가요.
대구 중학생 자살을 계기로 국무총리 산하에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가동됐어요. 당시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는데 대책 논의가 자꾸 사후 처방에 초점이 맞춰지더군요. 가해자 처리나 피해자 보호 등 늘 되풀이하던 방식이었어요. 보다 근본적이고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 필요했고, 그래서 제안한 게 인성교육 범국민 실천운동이었습니다. 매번 학교에만 책임을 물어서는 제2의, 제3의 눈물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이미 경험했잖습니까. 학교뿐 아니라 가정, 사회가 함께 인성교육을 실천하자고 주장했고, 이에 공감한 161개 교육‧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였습니다. 그렇게 2012년 7월 24일, 인실련(현재 294개 단체 참여)이 출범했어요.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을 지식 위주에서 인성 중심으로 전환하는 새 역사의 출발을 알린 겁니다.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일부에서는 인증사업만 하고, 자격증 장사를 한다고 폄훼하는데 다 사실 무근입니다. 300여 단체가 모였으니 극소수 부적절한 일도 있겠죠. 하지만 인실련은 그런 단체에 대해 제명 등 엄단 조치를 하고 있어요. 오히려 모든 단체가 인성교육 확산의 밀알이 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각 학교․단체․기관 등의 인성프로그램 중 우수작을 선정, 확산시키는 인증사업은 그중 하나예요. 올해가 4회째로 그간 65개 프로그램을 선정했고요, 다시 그것들을 209개 학교, 기관 등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도 인실련을 발족해 지역적 실천운동을 펴고 있고요, 매년 ‘대한민국 창의인성 한마당’을 열어 노하우 공유와 국민적 인식 확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家․校․軍․社訓을 보급하는 ‘인성4訓 운동’도 펴고 있어요. 특히 인실련은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을 2년여 요구 끝에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안 회장은 국회에 진흥법 제정을 제안하며 산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진흥법은 올 7월 21일 발효돼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주요 내용은 △5년마다 인성교육 종합계획 수립 △연간 4시간 교사 인성교육 연수 △국가‧지자체의 예산 지원 등이다. 다만 학교에 초점이 맞춰져 가정, 사회 등 범국민적 인성 실천운동을 반영하는 일이 추후 과제로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진흥법이 인성교육을 강제하고 학생인권을 침해한다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안 회장은 “인성교육을 이념 도구화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일부 진보 진영은 ‘인성경쟁교육’이라고까지 비판합니다.
충‧효‧예‧책임‧존중‧배려 등의 덕목에 대해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순응하는 인간을 길러내고 인권을 침해한다고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념적입니다. 또 인성경쟁교육으로 매도하는 것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봅니다. 인성교육은 사회의 부조리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려는 게 아녜요. 국가나 사회, 위정자들의 모범과 국가 시스템 쇄신은 당연히 뒤따라야 합니다. 다만 그것들을 해내고 운용할 ‘사람’이 근본이라는 겁니다. 전통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도 시대적 오류라고 생각해요. 학교는 전통적 가치와 새로운 가치를 조화롭게 가르치는 곳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인성을 개인의 품성을 넘어 사회적 인간관계, 나아가 세계시민교육 등으로 확장해 재개념화 하고 실천함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권과 대립적이라기보다 상호보완적 관계인 거죠. 실제로 인권을 가장 중시하는 미국도 연방정부와 43개 주가 인성교육 강조 법을 제정․시행하고 있어요. 진흥법이 절대적도 아니고, 또 강제성, 획일성 문제가 있다면 보완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실천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성교육의 주체로 특히 교사를 강조하는 이유는.
교사는 학생을 가장 오래 전인적으로 대할 뿐만 아니라 가정, 사회의 인성교육 실천을 견인하는 고리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교사가 모범을 보이고 아이들을 변화시키려는 열정이 중요합니다. 교사는 학생의 거울이고 그 자체로 인성교육의 내용이자 방법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지식을 넘어 삶의 지혜, 인생을 가르칠 때, 진정한 인성교육이은 가능해요. 올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제가 박근혜 대통령께 사회 속, 세계 속에서 봉사‧기여하는 ‘새로운 교원像’을 주창한 것도 그 차원입니다. ‘1교사 1사회봉사운동’, 나아가 사제동행, 학부모 동행의 봉사활동을 펴고, 또한 개도국 등에서 교육 공헌활동을 몸소 실천한다면 그 자체로 인성교육이고, 또 사회적 신뢰도 얻게 될 겁니다. 결국 인성교육은 교권입니다.

-인성교육 5개년 계획안에 대해 교사 중심 지원 대책을 촉구하셨는데요.
인성교육은 프로그램, 시설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관계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별도 교과나 활동을 짐 지우고 평가에 매몰돼서는 안 됩니다. 그건 형식적인, 실적 위주의 인성교육을 낳고 부담만 초래할 거예요. 교사 중심의 자발적인 인성교육을 격려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교사 연수도 집합식 연수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방법으로 선택하게 열어 놓아야 하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겁니다.

-기존 교과 안에서의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말씀입니까.
인성교육은 범교과 활동에서 항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교수법 개발과 교재, 활동 지원에 교육당국이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각 교과를 가르치면서 그 속에서 사회성도 가르치고 애국심도 길러줘야 한다는 거죠. 특히 인성교육은 담임교사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이를 통해 무엇보다 師母동행이 회복돼야 합니다. 담임 기피 현상을 해소하고 제 역할을 당당히 해 낼 수 있도록 권한도 주고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인성교육 착근을 위해 앞으로 뭘 해야 할까요.
인실련이 출범하고 진흥법이 마련됐다고 저절로 실천되는 건 아니겠죠. 중요한 건 과거처럼 관 주도의 학교 중심 인성교육은 금세 불씨가 꺼질 겁니다. 민간 주도의 범국민 실천운동이 성패의 관건이에요. 무엇보다 가정의 밥상머리교육이 회복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학부모가 자녀 교육에 있어 교사와 동일한 교육관을 갖고 협력해야 합니다. 학교는 전인교육을 강조하는데 학부모가 성적과 입시만을 주문한다면 인성교육은 실패합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한마음이 되는 ‘學師母 一體운동’ 전개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대학과 사회는 스펙과 성적보다 잠재력과 됨됨이를 중시해야 합니다. 정부는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교원양성과 선발, 입시제도를 개편해야 하고요. 한마디로 인성교육은 범국민 공동실천 프로젝트여야 하고, 그래야 결실을 맺을 겁니다. 인성교육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 도구가 아닙니다. 프로그램이 아닌 사람, 관계의 문제입니다. 위기의 아이들을 살리고 교권을 바로 세우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겠다는 절박한 시대정신으로 이제 함께 실천할 때입니다.
조성철 chosc@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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