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에서 사도의 빛을 찾았다

2016.02.18 19:19:14

스와질랜드로 재파견 떠난 송인숙 교사
“아프리카 이끌 인재 교육에 2년 더 투자”
우간다 경험 통해 교직에 들어선 김솔 교사
“실험 중심 과학 수업, 우리도 적용 필요”


올해부터 교원의 해외 진출이 대폭 확대된다. 매년 20명에 그쳤던 것에서 올해는 3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교총이 현직·예비교사의 해외 파견을 대통령과 국회, 정부에 지속적으로 촉구한 부분을 받아들인 결과다. 관련 예산도 지난해 8억 원에서 59억 원으로 7배나 증액됐다. 교원 해외 파견은 개도국의 교육 발전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교원의 국제적 역량을 키우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송인숙 인천 인일여고 교사, 예비교사 김솔 씨는 아프리카 학교에서 그 의미를 찾았다.

“Switzerland(스위스) 가신다고요? 부러워요”

송인숙 인천 인일여고 교사는 국립국제교육원이 발간한 '2015개발도상국 기초교육향상 지원사업 귀국보고서'에서 지난해 스와질랜드(Swaziland)를 두고 주변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와질랜드는 이름조차 생소한 아프리카 국가였다. 당연히 주변의 걱정과 만류가 이어졌다. 가족들도 설득하지 못한 채 송 교사는 지난해 1월 떠났다. 11개월 간의 교육 활동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짧은 기간이 못내 아쉬웠던 그는 지난 1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다.

송 교사는 “교사생활 10년차가 되면서 새로운 경험을 찾고 싶었던 차에 우연히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며 “아프리카라는 부담은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스와질랜드는 전체 인구의 31%가 에이즈 감염자인데다 아프리카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최하위 국가로 알려져 있어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기나 수도 시설이 다소 불편해 파견 교사 5명 중 2명은 물탱크에 가서 물을 길어다 쓰는 불편을 겪었다.

지난해 송 교사는 크라이스트 더 킹(Christ the King) 고교에서 수학 수업을 담당했다. 그는 “이곳에선 학교에서 받는 수업이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전부고 유급제도가 있어 나름 집중을 잘하고 교사의 피드백을 계속 받기를 원했다”며 “교사로서의 존재감이나 자부심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수업시간에 교사가 돌아다니며 문제 푼 것을 채점해주거나 짧은 평가만 내려줘도 학생들은 좋아했다. 심지어 칠판에 문제 10개를 풀라고 적어주면 한 문제 풀 때마다 손을 들어 선생님께 확인받기를 원했다. 토요일에 원하면 학교에 나와서 공부하자고 했는데 한 반의 반 이상이 나올 정도로 학업에 대한 열정도 높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교사가 익숙해지자 수업에 집중하지 않거나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는 현지 교사들과 협력해 생활지도에 나섰다.

그는 “기본 연산이 되지 않아 수업 진행이 힘들기도 했다. 고교생이지만 간단한 구구단조차 암기하지 않고 일일이 더해 계산하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류가 많이 나왔다”고 토로했다.

송 교사는 그곳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수준별 모둠 수업을 시도했다. 수준이 다른 아이들을 멘토, 멘티로 정해 자리 배치부터 바꾸고 서로 문제 푸는 것을 돕도록 했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어려워한 아이들도 또래 친구가 현지어인 시스와티로 설명해주니 이해를 더 잘했다.

송 교사는 교육으로 변화된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곳에서 2년 정도 더 머물기로 했다. 그는 “몇 년 더 있는다고 그곳이 확 달라질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대륙을 이끌어나갈 인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소명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결심을 밝혔다.

예비교사 김솔 씨는 지난해 우간다 학교에서 교사의 꿈을 가슴에 새기게 됐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1년간 우간다에서 물리교육을 한 김솔 씨. 사범대를 나왔지만 교직에 뜻을 두고 있지 않던 김 씨는 우간다에서의 경험을 통해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8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3개월여 만에 응시한 임용시험에 합격해 발령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원래 물리학자나 과학전문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선발 공문을 보고 무언가에 홀린 듯 지원했다”며 “가족들 모두 반대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로 살지 않으려면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는 강한 의지로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우간다에 다녀와서 뭘 할 생각이냐는 아버지의 말씀에 지금 백수나 1년 뒤 백수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가졌다.

김 씨가 간 곳은 수도 외곽에 있는 공립 중·고교인 멕케이 컬리지(Mackay College)였다. 그는 “선생님은 많이 부족하지만 절대 교육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우간다의 고교 과정은 김 씨가 대학에서 배웠던 내용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실험교육 과정도 별도로 있어 이론 교육에 치우진 우리 고교 교육보다 앞선 측면이 있었다.

김씨는 “우간다에서 실험교육을 가르친 경험이 임용 실기 시험에서 도움이 됐다”며 “추 하나도 구하기 어려운 교육 여건에서도 실험 중심으로 수업하고 평가하는 것을 보면서 배운 것이 많다”고 밝혔다.

한 반에 70명이 넘는 교실, 학생들은 교과서마저 갖고 있지 않았다. 교사의 가르침에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집중도가 높았다. 교사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손을 들며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곳에서는 칠판의 판서가 중요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판서를 그대로 적은 노트를 교과서 삼아 공부하기 때문에 수업 준비할 때 판서계획까지 세세하게 해야 했다.

그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며 예비교사들의 도전과 참여를 권유했다.
윤문영 기자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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