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문제 행동…억압적 학급 운영 탓
민주적 의사 결정 통해 스스로 규칙 만들도록
‘올베우스 4대 규칙’ ‘장점쇼핑몰 게임’ 등
다양한 활동 통해 평화감수성 길러볼 것
허승환 서울난우초 교사는 최근 ‘세계시민교육의 첫 걸음, 교실 속 평화놀이’를 펴냈다. 그는 “어른들은 말로 대화하지만, 아이들은 놀이로 대화한다”며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품과 사회적 기술을 놀이로 접근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교사들의 지식 멘토로 손꼽히는 그가 평화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상처 있는 아이들을 만나면서다. 교사에게 욕을 하고 반항하는 학생을 보면서 ‘평화로운 교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3년 학습연구년을 맞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평화교육 전문 강사 양성과정’을 이수하면서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자신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다툼의 원인은 학생 개인의 성품 문제가 아니라 규칙을 정해놓고 이를 어겼을 때 벌을 주는 억압적인 학급 운영방식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허 교사는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교실 내 규칙을 만들게 하는 것이 평화교육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추구하는 평화교육의 핵심은 ‘평화감수성 키우기’다. 평화감수성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갈등 요소를 파악해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후천적이고 사회적인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과 쉽게 소통하고 공감하기 때문에 스스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학기 초에는 ‘올베우스 4대 규칙’을 활용해 평화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노르웨이의 심리학자 댄 올베우스가 개발한 4대 규칙은 △우리는 다른 친구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도울 것이다 △우리는 혼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 괴롭힘 당한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학교나 집의 어른들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등이다.
허 교사는 “교실 중앙에 올베우스 4대 규칙을 게시하고 장난과 괴롭힘이 어떻게 다른지, 혼자 있는 친구와 함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심각한 잘못이란 것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장점 쇼핑몰 게임’도 추천할 만하다.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위축된 마음을 회복시키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놀이다. 포스트잇 8장을 준비해 4장에는 직접 자신의 장점을 적고 나머지는 친한 친구들로부터 받는다. 장점 8가지를 쓴 후에는 교실을 돌면서 친구와 서로의 장점을 교환한다.
그는 “장점 8개를 모두 교환한 후에는 가장 갖고 싶은 장점이 무엇인지, 누구의 장점인지, 왜 갖고 싶은지를 발표하도록 지도한다”며 “성격과 자아가 결정되는 시기인 만큼 놀이를 즐기다보면 긍정적인 또래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허 교사는 학생들과 처음 만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후배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는 만화가 박광수 씨가 쓴 글 ‘씨앗, 너무 애쓰지 마라. 너는 본디 꽃이 될 운명일지니’라는 구절을 좋아한다고 했다.
“학생 뿐 아니라 후배 교사들 역시 언젠가 꽃이 될 씨앗이에요. 초보일 때는 사고 나는 게 당연해요.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노력하는 동안은 방황하는 법이다’라는 구절이 있죠. 실수하고 실패할 때마다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