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교육청들이 용도가 정해진 수십 개의 목적사업 예산을 이름만 바꿔 학교운영비에 포함시켜 학교 재정 자율성 강화 취지와 배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5년 지방교육재정분석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도교육청 별로 적게는 2개부터 많게는 81개의 목적사업 예산이 학교운영비에 통합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보니 순수 목적사업비보다 학교운영비 증가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학교 순수 목적사업비는 세입결산액 대비 2010년 32.1%에서 2014년 34.3%로 2.2%p 증가한 반면 학교운영비는 2010년 23.9%에서 2014년 29.8%로 5.9%p 증가했다.
이는 목적사업 예산을 학교운영비에 포함시켜 나타난 수치상의 증가일 뿐 실제로 예산 운용에 있어 자율적인 학교운영비가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례로 올해 서울 A초 예산에 학교운영비는 5억 1000만원, 순수 목적사업비는 5억 3800만 원이다. 그러나 학교운영비 항목 안에 ‘학교기타운영비’라는 명목으로 교원연구비(3600여 만 원), 특수학급운영비(600여 만 원), 학습부진 전담 강사비 및 초등수영교육 지원(1400여 만 원) 등 목적이 지정된 사업비가 6200여 만 원 편성돼 있다. 사실상 학교운영비는 4억 5000여 만원인 셈이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26개 목적사업 예산을 ‘학교기타운영비’ 세목에 포함시켜 편성한데 따른 것이다. 배움터지킴이나 교원연구비 등 사실상 학교급 전체에 교부되는 사업뿐만 아니라 야영협력학교, 기계공동실습소 운영 등 특정 학교를 위한 사업까지 망라돼 있다. 지난해에는 9개 사업을 포함시켰는데 올해는 그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타 시도교육청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각 시도의 ‘2016학년도 학교회계 예산편성 기본지침’에 따르면 대구는 72개 목적사업 예산을 학교운영비 항목에 통합했고 충남 41개, 경기 39개, 경남 38개, 제주 31개 등 수십 개 목적사업을 학교운영비 항목에 편성했다. 한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실상 눈가림"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교육청들은 개선 노력에 미온적이다. 다른 도교육청 관계자는 "목적사업비를 줄이는 것이 예산수립의 기본 방향이지만 교육청의 각 사업부서들은 목적성 경비여야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방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운영비에 포함시킨 사업비는 잔액을 반납하지 않아도 돼 예산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불만이다. 서울B고 교장은 "어차피 정해진 목적으로 집행할 수밖에 없는 강제성을 띤다"며 "포장만 된 학교운영비로는 재정 자율성을 높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C초 행정실장은 "집행잔액이 많이 남으면 사업계획을 잘못 짰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잔액이 거의 미미하다"며 "교원연구비 등은 잔액이 남으면 다음 분기에 이를 반영해 예산을 신청하기 때문에 사실상 잔액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용남 한국교육개발원 지방교육재정특임센터 부연구위원은 "매년 반복되는 일상 경비 성격의 목적사업비는 줄이고 학교기본운영비를 대폭 늘려 학교의 재정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