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도심을 벗어나 야외로 나갔다. 온통 산과 들판은 푸르고 싱그러운 향기로 가득하고, 그 속에 빠진 나의 마음도 파란색으로 물이 들어 자연에 동화되어 버렸다. 모처럼 자연에 안기어 진한 감동을 받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TV를 켰다.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명분으로 학부모들이 모금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주지도 말고 받지도 않으면 될 일을 가지고 몇몇 사람들이 부질없는 이기심에 빠져 온 국민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해마다 어떤 행사로 그 날을 보내어야 할지 무척 걱정스럽다.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하지만 솔직히 그 날은 조용히 쉬고 싶은 교사들의 생각이리라.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스승을 만나 바른 가르침을 받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세상 인심은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소리로 가득하다. 정말 훌륭한 스승은 없는 것일까?
대다수 사람들은 만약 좋은 스승이 있다 해도 이를 외면하고 먼저 자기의 이익을 쫓아가고 있기에 당장 우리의 눈앞에서 스승은 보이지 않을 뿐이다. 세상이 변하다 보니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되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는 말은 전설이 되고, 선생님이 제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시대다. 선생님 또한 교직이 생계 수단이 되다 보니 희생과 열정은 줄어들고, 제자들을 그저 스쳐 가는 한 순간의 학생들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목전의 실익을 쫓아가는 학부모나 학생들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고,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어 가는 스승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좋은 스승이란 명리를 쫓아가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며 제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제자들의 잠재능력을 최대한으로 살려 자신보다 나은 제자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좋은 스승이란 제자들에게 바른 인성을 심어주고, 새로운 지식으로 학문의 길을 열어가게 하고, 삶의 지혜를 찾아가게 하는 사람이다. 좋은 스승이란 이웃에 대한 희생과 봉사를 실천으로 가르치고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삶을 일깨우는 사람이다.
좋은 스승이란 제자를 출세의 길로 몰아 붙이지 않고 아무에게나 영합토록 하는 기회주의자로 만들지 않으며, 힘 앞에 타협하여 꼬리를 내리는 나약한 제자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좋은 스승이란 악을 자신의 이해 관계로 끌어들이는 오만과 위선을 가르치지 않고, 제자를 붕당과 패거리로 만들어 자신의 울타리로 삼고, 이익을 꾀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좋은 스승이란 제자가 세상일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주의자가 되는 것을 싫어하고, 정당한 참여와 옳은 일을 위하여 투쟁하는 사람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자기 출세나 영달을 위하여 교직을 사고 파는 교사도 있고, 시장의 상인처럼 요령과 수단으로 지식을 파는 교사도 있다. 그들에게 배운 제자들이 과연 무엇을 배우고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인가?
일찍이 성현들은 자신을 희생하여 제자와 인류를 위하여 헌신한 사람들이기에 영원한 스승으로 존경을 받는다. 많은 지식을 가진 스승보다는 원리를 알고 길을 열어주려는 스승, 빈틈없이 완벽하기보다는 작은 실수로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며, 꿈을 향해 도전하는 용기와 더불어 세상의 원리를 깨우치게 하려는 스승들이 있어 좋다.
“이 세상에 위대한 행동이란 없다. 다만 위대한 정신으로 행한 일상의 작은 행동들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라고 테레사 수녀는 말했다.
세상에는 위대한 교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들을 묵묵히 실천하는 좋은 스승들이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