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퇴임하는 박선생님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간다. 나도 금방 따라 갈 것이니 더 피부에 와 닿는 모양이다.
박선생님은 41년 6개월을 교단에서 아이들을 돌보다가 퇴직하는데 너무 허전하다는 말을 하면서 아이들의 수행평가지를 채점하고, 후임자에게 넘겨 줄 아이들에 관계된 서류나 자료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봉투에 넣거나 포장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정년이 좀 남은 사람들이나 다른 어른들에게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칠 수 있겠지만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를 당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상처를 입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고 더러는 그것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평생의 회한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생긴다. 일반직 공무원들은 퇴직전 3개월을 사회적응 휴가로 처리해준다고 한다. 물론 공무원인 교사도 휴가를 쓸 수 있고 교원단체나 교육청에서는 가급적이면 그 휴가를 찾아 사용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교장, 교감, 장학사 등의 관리직 교원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평생을 교단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퇴임하는 교사에게는 현실적으로 좀 무리가 따르는 제도이다. 교사의 퇴임은 학기에 맞추어 2월과 8월에 있게 되는데 다행하게 2월에 퇴임하는 교사는 큰 무리가 없지만 8월에 퇴임하는 교사는 한 학기 6개월 중 아이들과의 생활과 휴가를 반반으로 사용해야 되는데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3월에 담임을 맡아 겨우 아이들과 정이 들 5월쯤에 휴가로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 교사의 양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반년 짜리 담임이 되는데 퇴임 직전 교사의 연령을 고려해 학교에서는 대부분 저학년 담임으로 배정할 수밖에 없고 어린아이들은 정든 선생님이 어느 날 그만두고 새 선생님이 온다면, 그것도 자상한 선생님, 늘 품에 안겨 사는 것 같은 느낌의 선생님을 떠나보내고 말조차 걸기도 두려운 선생님을 만난다면 소심한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을 위해서라며 무언가 창안하고 눈 높이를 맞춘다고 떠들지만 어른들의 편의만으로 어떤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물론 중고등학교는 좀 덜하겠지만 초등학교에서는 거의 담임교사이니 한 번쯤 고려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한다. 물론 발령을 기다리는 젊은 예비교사들이 있는 줄 알지만 할 수만 있다면 기간제교사 제도를 이용해 퇴임 후 반년을 기간제교사로 발령을 내면 정든 아이들을 완전하게 수료시키고 부담 없이 퇴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국가에서 베푸는 사회적응 휴가도 청하지 않는 교사에 대한 국가의 대접도 될 수 있고 휴가 중에도 봉급을 지불하면서 또 기간제교사를 채용해 봉급을 지불해야하는 국가예산의 절약에도 기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꼭 한 번 실천해 볼만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며 교총에서도 협의 안건으로 추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