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은 자연스럽게

2005.06.27 09:23:00

인간은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서로를 구분하고 상호 작용을 쉽게 하기 위하여 호칭을 만들어 사용하여 왔고 또 만들어 사용한다.

‘엄마 아빠, 여보 당신, 형 동생, 반장 회장, 선생 학생, 장관 대통령’등 수없이 많은 호칭들이 사용되고 있다. 인간 사회에는 호칭이 있어 그에 걸맞은 사회적 행동이 일어나고 사회 질서가 유지되며 사회가 존속된다. 호칭을 가만히 부르거나 듣고 있으면 그에 따른 지위와 역할을 쉽게 짐작 할 수 있으며 호칭을 얻은 자는 그에 따른 행동과 책임을 다하려 노력한다.

요즈음 아이들이‘오빠를 형’으로 ‘누나를 언니’로 부르기도 한다. 가끔 아내를 배려하기 위하여 남편들이 아내를 ‘내무부 장관님’하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상대를 동경하거나 배려하려는 마음에서 부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정말 호칭이 바뀌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된다. 호칭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고 행동도 변화하기에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학교에 전달된 ‘선생 호칭 협조 공문’이 전달되었다.“공직 사회의 신뢰 회복과 예의를 갖춘 직장 분위기를 활성화하고 사기 진작을 위하여”라는 공문 내용이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까지 자기 목소리를 내어야 하고, 또 이를 공문으로까지 전달하여야 하는 나라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선생’이란 호칭은 예나 지금이나 자연스럽게 불리어져 왔고 또 불려지고 있다.‘선생’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불러 달라고 하여 얻어진 것이 아니라 남들이 불러주었기에 얻어진 것이다. 누구라도 자기보다 능력이 나은 사람의 가르침이나 도움을 받으면 그 사람을‘선생’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주고 예우를 한다.

‘김구 선생, 안창호 선생, 학교 선생, 학원 선생, 과외 선생, 바둑 선생, 춤 선생, 도(盜) 선생, 토끼전에 나오는 토선생’ 등에 이르기까지 ‘선생’이라는 호칭은 다양하게 불려지고 있으며 여기에 의의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선생’이란 호칭은 어떤 특정한 집단인의 전유물도 아니다.

어떤 특정한 집단 구성원들이 자기들의 호칭을 불러달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까?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사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변호사로,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원으로, 교회나 절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목사나 스님으로,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교수로,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으로 불러달라고 한다면 이를 수용하여야 하는가?

국회 의원 비서가 국회의원 보다 학식이 높고 능력이 월등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그렇지마는 그를 국회의원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설령 업무 수행 면에 있어서 그 능력과 재능이 뛰어난다 할지라도 같은 호칭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꼭 부르고 싶다면 사석에서‘의원님’하고 일시적으로 부르면 그만인 일이 아닌가.

문제는 능력 있는 한 사람이 아니라 일정한 집단 구성원 전체를 같은 호칭으로 불러달라는 요구에 있다. 뜻 깊은 대학 교수들이‘교수’라는 말보다는‘선생’이란 호칭을 더 요구하고 있으나 학생들이나 많은 사람들이‘교수’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무리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 말할 자유, 편집의 자유가 있다지만 상식을 넘은 생각과 행동에 멍할 뿐이다.

호칭은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와 동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지 특정한 집단 구성원들이 요구한다고 하여 l얻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정치 갈등, 경제 갈등, 교육 갈등, 군 내부의 갈등 등을 보면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들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전 국민들이 걱정을 하는 판국에‘선생’의 호칭으로 불러달라는 기능직 쪽과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는 교사 쪽이 편가름이 될까보아 걱정이다.

‘외부의 적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렇다 우리 사회는 말 같지 않은 말에 말꼬리를 물고 말로써 말이 많아 편이 갈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말이면 다 말인가, 말 같은 말을 하여야 말이지”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선생’의 호칭을 요구하기 전에‘선생’의 호칭에 걸맞은 언행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선생’이라는 호칭을 불러준다는 사실을 명심하였으면 한다. 호칭은 남이 자연스럽게 불러줄 때 의미 있고 가치가 있다.
정병렬 포여중,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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