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들녘의 코스모스

2005.09.05 16:02:00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 누런 황금 들녘의 풍요로움에 가슴 벅찬 환희를 느끼는 곳,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의 가는 허리 끝에서 하얗고 붉은 꽃잎들이 오가는 길손들에 손을 흔든다. 저무는 가을의 하루해가 곱게 저녁놀 물들이고, 황금 벼이삭과 코스모스 꽃이 지평선을 수놓는 우리 고장(징게멩겡 외에밋돌-김제 만경 너른 들)에서 벼이삭이 익고, 코스모스가 꽃망울을 만들고 있다.

해마다 9월 말경이면 우리고장의 ‘지평선 축제’가 열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긴 차량 행렬을 이루며 찾는다. 황금 들녘 사이로 곧게 벋은 차로 노변의 잘 가꾸어진 코스모스 100리 길 따라 그 많은 차량들은 거북이걸음을 하면서 가을의 정취에 묻힌다.

초등학교 때 3km의 통학로에 우리들이(그 시절엔 학생들이 꽃길을 조성했음) 가꾼 코스모스 길을 날마다 걸으면서 짓궂게 장난치던 일들이 떠오른다. 코스모스 꽃의 꿀을 따는 꿀벌들을 검정 고무신 벗어 들고 낚아채어 빙빙 돌리다가 땅바닥에 공기 압력 커지도록 세게 부딪치면 기절해버린다. 그리고는 뱃속의 꿀을 꺼내 입에 넣으면 달착지근한 맛이 혀를 감미롭게 했다.

활짝 핀 꽃을 따서 8개의 꽃잎 중 사이사이 4개의 꽃잎을 따버리고 높이높이 던지면 팽이가 돌듯이 회전하면서 사뿐히 낙하산처럼 땅에 내려앉는다. 떨어지는 시간을 길게 하려면 두레박을 사용하는 깊은 우물에서 던지면 5-10m 쯤 낙하되기에 약간 더 오래 볼 수 있었다.

아직 피지 않은 코스모스 꽃망울의 향기가 참으로 진하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아직 피지 않았으니 저절로 향기를 품어내진 않았지만 그 꽃망울을 따서 친구들 얼굴 가까이에서 ‘톡’하고 손가락으로 누르면 터지면서 아주아주 투명한 물이 튕긴다. 얼굴에 묻은 그 액체에서 나는 향기가 얼마나 진하고 향기로웠던지 지금도 콧속을 자극하는 것 같다.

이제는 코스모스가 ‘지평선 축제’ 기간에 맞추어 개화할 수 있도록 많은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여 가꾸고 있다. 옛날 학생들이 가꾸던 코스모스와는 너무도 다르다. 그 규모나 꽃들의 영양 상태가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가히 전국에 명성을 날릴 만하다.

황금 지평선과 어우러진 코스모스의 아름다운 꽃들과 진한 향기 속에서 어린 날의 추억을 더듬으며 ‘드라이브’의 평안함을 느끼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속에 묻혀 몇 장의 사진으로 추억을 엮으면 좋겠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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