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14호 태풍 '나비'가 우리나라로 상륙한다는 기상 통보가 온 국민을 긴장시켰다. 며칠 전 미국의 뉴올리언스가 허리케인으로 폐허가 된 현장을 뉴스로 보았기에 전 국민들이 더 불안을 느꼈으며, 특히 동해안 일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7일 아침 비바람 속으로 출근을 하려 하는데 태풍 관계로 임시 휴교를 한다는 전화를 받는다. 학교 가기가 몹시 걱정이 되었는데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빗방울은 굵어지고 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포항과 구룡포는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집중호우에 혹시 해일이 일어나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군데군데 침수 지역이 생겨나고 있다는 뉴스가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온다. 하루 종일 불안한 마음으로 대문을 들락날락하였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밤 10시가 넘어가면서 날씨는 차츰 평온을 되찾아 가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태풍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생이 있다. 형성기, 성장기, 성숙기, 쇠약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세력을 가진 기간은 평균 5일 정도이며, 5%는 1일 미만, 1%는 14일 이상 위력을 과시한다.
세계 최강의 국력을 자랑하던 미국이 멕시코 연안에서 불어닥친 허리케인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릎을 꿇었다. 뉴올리언스 도시 전체가 삽시간에 수몰이 되어 유령의 도시로 되어 버린 비참한 현장을 보면서 인간들이 자유와 평등, 경제와 복지, 과학 기술이 어쩌니 하면서 떠들어대지만 자연의 힘 앞에서는 너무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태풍은 어떻게 하여 일어나는가? 그 이유를 살펴보면 태양 에너지를 많이 받은 적도 주위의 바닷물이 증발하여 상승하면서 잠열이 생기고 그 잠열이 다시 습윤한 수증기를 모아 중심부로 소용돌이치며 솟아 올려 거대한 구름 기둥과 반경이 수백km에 달하는 구름층을 만든다. 그리고 저위도에서 고 위도로 구름층이 이동하면서 강한 바람과 엄청난 비를 쏟아 붓는다. 이는 지구상의 에너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자연 현상으로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려는 대기 운동이다.
태풍은 육지에 사는 사람이나 동식물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준다. 강한 비바람은 지붕을 날려 버리고, 도로를 파손하며, 애써 가꾸어온 농작물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며, 식물의 몸통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기도 하고 저지대를 물바다로 만들어 수몰시키고, 축대와 산을 붕괴시켜 버린다. 심하면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태풍은 인간에게 엄청난 두려움을 주는 존재다.
그러나 태풍은 한편으로 바다 생태계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바람으로 인해 바닷물이 서로 섞이게 되어 어류들에게 영양과 염류를 공급하며, 육지에 가뭄을 해소하고 수자원을 공급하며, 무더위를 식혀주기도 한다. 바다 속의 적조를 몰아내고 바다를 청소하는 기능도 있다. 태풍은 바다에 산소를 공급하며, 저위도의 에너지를 고위도로 수송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고 있는 불법, 부정 부패, 각종 비리,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인 사고, 파렴치한 생각, 요행을 바라는 심리, 등 잘못된 가치관을 싹 쓸어가 버리고, 서로 도우며 공존을 모색하는 새싹이 돋아나도록 마음의 태풍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태풍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 작명의 역사를 살펴보면 1953년 호주의 예보관이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인 것에서 시작되었다 한다. 2차 대전 후에는 미국 공군과 해군이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하였는데 이가 전통이 되어오다가, 1978년부터 남자와 여자의 이름을 번갈아 붙였다고 한다. 2000년부터는 영어 이름 대신 아시아 각국의 태풍에 대한 관심과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14개국이 10개씩의 고유한 이름을 제출하여 140개의 이름을 만들어 놓고 번갈아 가면서 선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태풍은 연 평균 27개 정도 발생하며 7월에서 10월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데 한반도는 대개 발전기, 쇠약기의 태풍이 통과한다.
8월 29일. 21시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태풍 '나비'는 5일 일본 가고시마 남쪽 약 306km 부근 해상으로 접근하였고, 8일 일본 삿포로 동북 동쪽 약 432km 부근 해상으로 빠져나갔다.
5일부터 8일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긴장된 예고와 철저한 대비로 최대한 태풍의 피해를 줄이기는 하였으나, 우리나라 동해안 일대는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아까운 인명 피해, 집 파손, 곳곳의 침수, 도로 유실, 절개지 붕괴, 산사태, 어장 파괴, 과일 낙과, 각종 농작물 피해 등을 남기고 태풍 '나비'는 매정하게 사라져 버렸다.
태풍 '나비'를 통해서 우리는 태풍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자연 재해에 대한 새로운 안전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끼게 하였다. 태풍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인간이 만든 대기 오염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인간이 배출한 각종 오염 물질에 의해 대기의 확산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곳곳에 집중적으로 호우가 쏟아진다고도 한다.
8일 아침이 밝았다. 이 땅에 언제 태풍이 불어 왔는가 할 정도로 화창한 날씨가 열렸다. 태풍 '나비'로 인하여 멍든 이재민의 아픈 가슴을 아는지 모르는지 초가을의 햇살이 따갑다.
태풍과 지진, 해일과 폭풍이 언제 어떻게 불어닥칠지, 또 어떤 재앙을 몰고 올 것인지 예견하기 어렵다. 미리 미리 대비하고 최선을 다해 그 피해를 줄이는 대안과 연구가 시급하다 하겠다. 당장'내가 당하지 않으면 강 건너 불구 경 하듯'자연 재해에 대해 우리 모두가 너무 무관심하거나 금방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연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자연을 너무 개발하고 이용하다 보면 결국 인간의 생명을 빼앗긴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바로 가르쳐야 한다.
일본의 지진, 인도네시아의 해일, 미국의 허리케인 참상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재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강구와 이를 예방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 그리고 필요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자연이 가르쳐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