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자녀와 함께 도서관으로

2005.09.12 14:18:00

화창한 주말을 맞아 딸과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자리잡은 시립도서관은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 가족들이 함께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 숲속에서 들려오는 예쁜 새소리와 곱게 물들어 가는 가을풍경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도서관에 도착했다.

도서관 한쪽에 위치한 어린이 열람실은 책을 읽으려고 찾아온 아이들과 부모들로 빼곡했다. 책상에 앉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는 아이, 자료를 찾아서 공책에 옮기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는 아이,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아이 등 열람실 안은 독서 열기로 후끈 달아 있었다.

열람실 곳곳에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러 온 부모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위에서 어린 자녀들이 텔레비전과 컴퓨터에 빠져 지낸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지만, 이곳에 찾아온 부모만큼은 자녀들에게 책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몸소 가르쳐주는 듯 싶었다.

딸과 함께 책을 고르고 소파에 앉았다. 바로 옆자리에는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와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을 재미있게 읽고 있었다.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책을 읽어가자 아이는 재미있다는 듯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였다.

사람들은 대개 어른이 읽는 책과 아이들이 읽는 책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번쯤 아이들의 책을 읽어본 어른이라면 그런 생각이 선입견임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어른들도 아이들의 세계를 거쳐 성장했듯이 책 속에 펼쳐진 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는 바로 어른들이 배워야 할 것이다.

10분 후에 문을 닫겠다는 사서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여기저기서 탄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직 읽을 내용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문을 닫으면 어떻게 하냐는 듯 애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맞은 편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딸을 슬며시 바라보았다. 다소곳한 자세로 예쁘게 앉아 독서삼매에 빠진 채 솜털같은 눈을 깜박거리는 아이의 등뒤로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책읽기에 좋은 계절이다. 바쁜 일상이지만 잠시 짬을 내서 자녀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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