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분교장의 운동회 풍경

2005.09.15 11:26:00

어제는 관내초등학교 중에 분교장이 2개 교가 있는 가곡초등학교(교장 : 김완기) 대곡분교장의 운동회를 참석하였다. 이들 분교장은 각각 가을 운동회를 실시하고 있다. 그 학교 교장선생님은 운동회 세 번 치루고 나면 9월이 다지나간다고 농담을 한다.

그래도 어제 운동회를 한 대곡분교장은 아이들이 15명이나 되어 그런대로 운동회가 되었는데 보발분교장은 9명을 데리고 운동회를 하였다고 한다. 학부모와 함께 운동회를 해야 가능하다. 예전부터 해오던 운동회의 전통이 있어서 아이들이 줄어도 학부모들의 요청에 의해 별도로 운동회를 갖는다고 한다. 운동회 날은 학교행사가 아닌 마을 잔치를 한다고 한다. 돼지도 잡아 국밥을 말아 점심으로 낸다고 한다. 아이들도 신나게 운동장을 달리고 경기에 참여하면서 아름다운 추억이 마음속에 알알이 영근다.

멀리서 보이는 파란 가을하늘에 휘날리는 운동장의 만국기만 보아도 가슴이 설레는 것은 왜일까?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서 운동장에 들어서니 너무 썰렁해 보였다. 알고 보니 학부모들이 읍내에서 진행된 궐기대회에 참석하느라 모두 빠지고 마을 노인들과 격려차 오신 관내 교장선생님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운동회를 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안쓰러워 보였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남학생까지 전교생이 한복을 입고 펼치는 부채춤이었다. 한 줄로 서서 파도물결을 만들 때와 꽃송이처럼 모여서 부채를 들고 빙빙 돌아갈 때는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바구니 터트리기는 청군이 먼저 터지자 춤을 추며 좋아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가 교정의 코스모스처럼 예뻐 보였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전교생이 농악복장을 하고 사물놀이를 하는 모습은 마치 추수를 마치고 감사축제를 하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농산어촌에는 학생이 점점 줄어서 폐교되는 학교가 늘어나 시골학교 운동회의 정겨운 모습도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 안타깝다.

점심시간에 격려차 들르신 교육장님께서도 며칠 전에 졸업하신 초등학교에 가보았더니, 폐교된 운동장에서 건물을 바라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담담한 심정을 토로하셨다. 폐교는 수천수만 명의 졸업생들에게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마음의 고향을 잃게 하는 것이다.

추석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어린시절 뛰어놀며 공부하던 초등학교 모습이 보고 싶을 것인데 폐교된 모교를 찾는 졸업생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축제가 없었던 예전에는 가을운동회를 추석 다음날 많이 하지 않았는가?

운동회의 형태도 많이 바뀌었지만 분교장 운동회를 보고 학생수는 작아도 할 것은 다하는 작은 운동회였다. 운동회를 통해 학부모와 만나는 기회가 되고 운동을 통해 교육가족이 화합하는 기회요, 어린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작은 축제라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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