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가 지난 봄부터 온갖 몸살 다하면서도 잘 자라서 꽃을 피우고 탐스런 열매가 열렸다. 때로는 물이 말라서 때로는 비료의 독성 때문에 천신만고를 겪으면서도 꽃이 피더니 드디어 ‘솜’이 열렸다. 학생들이 잘 다니지 않는 뒤뜰에서 가꾸다가 어제 현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20여 개의 화분에는 탐스럽고 부드러운 ‘솜’이 매달려 있다.
“와! 솜이 열렸다.”
학생들이 바라보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재잘거린다. 손으로 만져도 보고 입으로 불어도 보고 아직 피지 않은 목화다래를 따려고도 한다. 처음으로 보는 “솜‘나무야말로 신기할 뿐이다. 도대체 이 나무가 무슨 나무일까?
오늘 아침 교사들에게 목화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나라, 문익점, 붓두껍, 무명, 물레, 씨아 등 목화를 보면서 생동감 있는 학습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중학교 다닐 때다.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닐 때가 있었다. 집 앞 텃밭에는 200여 평의 목화밭이 있었다. 해마다 목화를 따서 시집갈 누나들의 솜이불을 만들기 위해서 경작했었다. 나는 몰래몰래 달착지근한 목화다래를 따먹었다. 그때는 집에서나 마을에서나 학교 근처에서도 군것질을 별로 할 수 없던 때였다. 하루 세 번 끼니를 먹는 것만으로는 배고픈 때가 많았었다. 그래서 다래와 같은 먹을 수 있었던 것들은 어른들에게 혼나면서도 몰래몰래 따먹었던 것이다. 그렇게 흔하던 목화였는데…….
이젠 화분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물이 되었다.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재배하지 않는다. 필요한 양을 거의 다 수입에 의존하고 지금은 재배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께서 목화에 대한 애정이 남 다르시어 작년에도 올해도 몇 개월씩 손수 정성들여 가꾸셔서 ‘솜‘이 피게 된 것이다.
목화의 솜처럼 부드럽고 하얀 마음씨를 지니고, 다른 사람을 돕고 봉사할 줄 아는 바른 인격을 지닌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목화를 바라보고 떠들어 대는 학생들을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