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부활로 민족 정체성 회복해야

2005.09.21 18:32:00

지난 11일 모 신문사에서 주최한 '엄지족 정보사냥대회'에서 중․고등부와 대학부, 일반부 등 3개 부문 참가자는 세 문제의 인터넷 정보 검색 시작부터 핸드폰으로의 정답 전송까지 30~40초의 시간으로 입상하는 등 10대들의 돌풍이 거셌다. 초를 다투는 정보 찾기와 문자 입력에서 입상자들은 한결같이 문제의 정답을 찾자마자 “문자판을 보지 않고도 답을 칠 수 있어 빨리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자판을 보지 않고도 간단한 손놀림만으로 입력은 물론 채팅까지 할 수 있는 글, 이것이 바로 우리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이다. 사람이 만든 인류 최초의 언어이면서 자연 발생적이 아니라 과학적인 체계와 원리로 발명된 언어 한글이 미래 정보화 시대에서도 가장 유리한 문자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한글은 우선 자음과 모음의 음과 배열이 매우 규칙적이고 각 자음 또는 모음이 내는 소리는 각각 단 하나로써 아주 정확하고 각각 고유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 소리에 딱딱 맞춰서 자음과 모음을 번갈아 사용하여 데이터화 할 수 있는 특징은 음성과 문자가 각각 다른 여타 언어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다.

우리나라 국보 제1호를 남대문이 아닌 ‘한글’로 다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바로 한글이라고 세계가 극찬하는 한글, 1990년 8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한글날이 법정공휴일에서 심사숙고 없이 우선 제외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자 역사의 크나큰 오점이다.

소설 『대지』로 유명한 작가 ‘펄벅’은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고 훌륭한 글자라고 하면서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극찬했으며, 세계 언어학자들 사이에서는 한글을 아예 세계 공용어로 만들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는 보도를 읽은 적이 있다.

1997년 10월1일, 유네스코에서 우리나라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유네스코는 ‘언어 다양성과 정보 이용의 공평성’을 높이자는 ‘바벨 계획’을 통하여 소수민족 중 말은 있고 언어가 없는 민족에게 한글을 가르치자고 제안도 나오고 있으며 매년 ‘세종대왕상’(킹 세종 프라이스)을 만들어 해마다 문맹률을 낮춘 사람이나 단체에게 주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글의 우수성이나 극찬에 비해 정작 우리는 자부심이나 정체성 인식이 부족하다.

앞으로 주5일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현재의 공휴일에 대한 추가 축소 방침이 추진되고 있지만 관련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앞장서서 여타의 공휴일을 조정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우리 민족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자긍심과 사라져 가는 민족의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한글날의 공휴일 부활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세계인이 극찬하며 탄생일을 기념하고 있는 우리글을 정작 우리 스스로가 그 우수성과 역사적 의미를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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