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군사부일체’라 하였으며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말라고 부모들이 가르쳤다. 비록 부모보다 학식과 덕망이 부족하다고 해도 자기 자녀 앞에서는 스승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존경의 표현을 했다. 우리 아버지가 최고인 줄 알았던 어린 학생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발로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며, 그런 스승에게 배우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자긍심을 느꼈을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학습효과가 매우 컸을 것이다. 따라서 교권의 확립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잇다.
교감자격증을 폐지하고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사자격증도 없는 사람을 교장으로 임명하겠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기존 질서를 혁파하고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또한 교감제를 폐지하고 부교장제를 도입하겠다니 가히 혁명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아무나 교장을 할 수 있다니 중대한 교권의 추락이며 도전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없는 공직자가 교육공무원인 것 같다. 특히 교원들의 전문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각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교원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교장으로 임용하겠다는 발상은 의사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환자를 수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교원 보다 많이 배웠다고 교원을 무시하는 처사일 뿐이다.
기존의 질서를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도입할 때 파생되는 문제점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는 소수 몇 힘 있는 사람들의 주장에 따라 결정한 것들이 훗날 엄청난 시행착오를 초래한 사례들을 많이 보아왔다.
학생 학습지도나 생활지도 우수교사라고 해서 우수교장이 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교사와 교장의 역할은 비슷할 수 있지만 엄청나나게 다르기 때문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많은 현장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 진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초·중등교육법’이나 ‘승진규정’의 시행상의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거나 수정하여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하겠지만 교원사회의 엄청난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전면적인 개정은 중지해야 한다. 개혁은 전 교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한다. 20여 년 동안 현장에서 충실하고 성실하게 학생교육을 경험하고 축적된 마인드를 경영관으로 확립한 후에 ‘교장’이 되어야 한다. 학생 때 1등이 사회에서 1등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