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민주적인 전교조?

2005.12.05 15:22:00

이 기사의 내용은 리포터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해당 학교 교사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다. 또한 그 교사도 한때는 전교조에 몸담았던 교사로 전교조 활동을 열심히 했던 교사라는 것을 먼저 밝힌다.

아주 최근의 일이다. 서울시내 A중학교의 인사자문위원회 회의 시간, 이 학교 B교사, "각 부서의 부장교사를 인사자문위원회에서 추천하면 전체 교원의 투표를 통하여 부장교사를 결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뽑힌 교사를 교장선생님이 임명해야 합니다."

물론 B교사는 전교조 조합원이었다.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이런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교장선생님의 해명, "교장이 가질 수 있는 최후의 권한이 겨우 부장교사 임용인데, 다른 것은 양보해도 이 문제는 양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투표를 했을 경우 투표에서 떨어진 교사는 어떻겠습니까? 이런 것은 민주적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 학교에 계신 모든 선생님들을 배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교장선생님이 열심히 해명하고, 다른 교사들도 합세하여 설명을 했지만 결국은 해결이 되지 않은 모양이다. 세시간 여를 쉬지 않고 회의를 했지만 결론 없이 회의가 끝났다고 한다. 다음에 다시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다가 학교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민주적'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담임도 투표, 몇 학년 수업 할 것인지도 투표, 수업시간을 누가 많이 할 것인가도 투표를 해야 하지 않는가. 출장도 누가 갈 것인지 투표해야 하는 것이다.

이 학교뿐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전교조 조합원들이 주장하는 것이 대부분 '민주적'이라는 단어이다. 어떤 것이 민주적이라는 것인가. 심지어는 '학생들이 학교에 공부하러 왔지 학교 청소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교사들이 근무하는 교무실 청소를 왜 학생들이 하느냐'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이 민주적인 것인가? 그렇다면 전교조는 항상 민주적이었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정확한 검진과 진단으로 치료에 임해야지 이들을 생략하고 의사들이 모여서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지 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투표를 한다고 해서 그것만이 민주적인 방법은 아닐 것이다. 현재 학교의 교장이 가질 수 있는 권한이 별로 없는 마당에, 교내인사에 대한 권한마저 상실한다면 교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의 교장임용제도 개선에 대한 이상한 법안이 자꾸 국회에 제출되고 교육부마저 여기에 편승하여 이상한 방향으로 임용제도를 개선하려하고 있는데, 일선 학교에서까지 이러한 발상으로 교장의 권한을 축소시키려는 것은 결코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교의 교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학교의 최고 경영자이다. 회사의 경영자를 회사원들이 인정해야 그 회사가 발전하듯이, 학교의 경영자인 교장을 인정하고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은 우리 교사들의 몫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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