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

2005.12.06 15:32:00


요즘 교원들에게는 상당히 괴로운 세월이다. 온갖 언론에서는 교원들에게 일제히 집중포화를 날리면서 철저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왔기 때문이다. 어떤 음모나 계획을 돌파하기 위해서 언론이 총동원되었다는 인상을 깊게 하는 대목이다. 전혀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교원평가제에 대해서 너무 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방안으로는 정말 진정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반대를 한 것이 언론의 미움을 산 것이라면 몰라도.....

물론 교원들이 Open Mind를 갖지 못했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을 하는 학교는 가장 보수적인 기관이다. 전통을 지키고, 이어 받으며, 개선해가야 하는 문화 전수의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이 아닌가? 그래서 항상 개혁보다는 개선이라는 방법을 선호하고 당연히 그런 쪽이 교육기관이 가야할 길인 것이다. 전통문화를 어느 날 갑자기 글로벌 마인드에 맞춰야 한다고 글로벌 에티켓을 가르치던 시대처럼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원들의 Open Mind는 현실을 무시한 채 어느 날 갑자기 외부에서 날아온 어떤 정책에 쉽게 적응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관계로 교원들은 이번 평가제에 대한 염려를 접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오늘날 공교육의 붕괴(그것도 일부 언론이 더욱 부채질해서 위기감을 심어 온 탓)라고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가장 근본적인 공교육붕괴의 원인을 입시제도에서 찾고 있다.

대학 서열화에 따라 어느 대학만이 한국에서 유일한 대학처럼 되어 가는 현실, 그리고 그것만이 입신출세의 지름길이 되어 버린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의 취미, 특기, 하고 싶은 공부는 모두 무시하고 오직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 고등학교 교육을 대학 입시라는 외곬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공부만 잘하면 어떤 잘못도 쉽게 보아주고, 공부 잘 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모든 것을 안 하거나 잘 못하더라도 인정을 받고 가정에서는 왕자나 공주가 되어서 온 가족이 떠받들어 모시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기본생활예절이나 생활의 기본 기능(청소, 요리, 공작) 같은 것들도 모두 더 이상 필요가 없는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오직 공부만 잘하면 그만인 인성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이런 모든 책임을 공교육이 잘 못하기 때문이란다.

지금 어느 고등학교에서 음악시간 체육시간에 정말 교육과정에 있는 대로 노래하고 뛰어놀 수 있게 해주는 학교가 있는가?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당장 학부모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입시를 앞둔 아이들에게 그게 무슨 짓이냐고....

그래서 학교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에게 잠을 깨워서 공부를 하게 하면 큰 일이 나고
'그래, 잘 자고 학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해라.' 하고 놔두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 이게 공교육의 붕괴 때문이며, 공교육이 붕괴되었으니 교원들을 학부모가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크게 잘못된 생각이 아닌가?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학의 서열화를 막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학입시제도의 개선이다. 지금 우리는 12년 동안 공부한 것을 단 하루 동안의 시험이라는 방법에 의해서 그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운명을 점지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것보다는 12년 동안 공부한 실적이 있지 않은가? 정말 이 학생은 공부를 계속해서 학문의 길로 나가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어떤 직업의 세계로 나가서 열심히 사업을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예술적인 일에 종사할 것인지, 어느 기술직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지 12년 동안 담임이나 학과를 지도한 교사들의 눈을 통해서 본 개인적인 특성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과 12년 동안의 학습 성적 등을 고려하여서 바르게 진로를 찾아가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학생의 잠재능력을 제대로 발견하고 길러 주는 것이 지하자원도 모자란 우리 나라, 오직 인적 재산을 활용해야할 우리 나라가 인적 자원 관리를 바르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신성적을 더 높이고, 중등학교부터 공부한 내용 중에서 또는 발휘한 특기 같은 것에 부가 점수를 주어서 중학교에서 마음껏 자기를 개발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런 가운데서 그 학생의 진로를 찾아가게 만들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것이 공교육이 제 자리를 잡아가는 방법이며, 우리나라의 장래가 밝아지게 만드는 교육의 할 일이다. 이런 저변의 문제는 해결하려 하지 않고 교사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양 몰아부치는 것은 진정으로 교육의 장래를 위하는 일이 아니라, 교육을 망치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이 엉망이라고 보도하고 선전해 놓고, 그 교사에게 배우라고 자녀들을 내모는 학부모들은 그 자녀가 교사들의 말을 믿고 따르라는 말인가? 아니면 엉터리이니 적당히 배우는 척만 하라는 말인가? 이런 환경에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배우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으며, 붕괴가 되지 않고 버틸 수 있겠는지 해답은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노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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