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체험의 날 그 현장

2005.12.13 10:31:00

12월10일 토요일. 날씨는 무척도 추웠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추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손을 호호 불면서도 마냥 신이 났다. 운동장을 내달리며 연을 날리는 아이들은 운동장이 좁다고 내달리고 신바람이 났다. 그렇다고 운동장에서만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현관 앞의 매끄러운 바닥과 구령대에서는 4학년 아이들이 서투른 솜씨로 팽이를 친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저렇게 멋진 팽이는 구경도 못하고, 내 손수 산에 가서 소나무를 잘라 가지고 손이 닳도록 깎고 문질러서 팽이를 만들었었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팽이 치는 모습을 보니 영 서툴러서 팽이가 제대로 돌지도 못한다.

기계로 잘 다듬어서 중심이 잘 잡힌 팽이, 그리고 알맞은 길이로 잘 만들어진 가죽 팽이채는 한번 슬쩍 건드리기만 하여도 팽이가 신이 나서 왱왱거릴 정도인데 아이들은 영 돌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얘들아, 팽이를 그렇게도 못 돌리니? 잘 보아라. 내가 해볼게."

난 아이들에게 팽이치기 시범을 보이겠다고 나섰다. 팽이를 양손으로 붙잡고 돌려놓으니 너무나도 잘 돈다. 나는 이 팽이를 어린 시절 기분을 생각하면서 힘껏 채를 날려 보았다. 팽이채가 가죽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서 팽이가 감겼다가 풀리면서 5-6m는 달아나서 돌기 시작한다. 아마도 너무 잘 감기는 팽이채이어서 팽이가 멀리 날아간 모양이었다.

다시 돌려놓고 이번에는 상당히 힘을 빼어서 살짝살짝 팽이를 쳐보았다. 팽이는 너무나도 잘 돌았다. 아이들에게 돌리는 방법과 팽이채가 너무 잘 감겨서 힘을 많이 받으니까 살짝살짝 쳐줄 것을 알려주면서, 치는 방향을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팽이를 쳐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팽이의 밑 부분을 치기 때문에 팽이가 도는 게 아니라 쓰러져서 굴러가고 말았기 때문이다.

"자 봐라. 팽이의 이 부분(위에서 약 1cm 부분)에 줄을 그어 놓았지. 여기를 쳐주면 가장 잘 도는 거야. 그리고 너희들처럼 바닥 부분을 치지 말고 이렇게 바닥에서 약간 위로 쳐들듯이 하면서 팽이의 표시 부분을 쳐주면 잘 도는 거야. 어디 한 번 해 봐라."

아이들은 서투르나마 차근차근 팽이 치는 방법을 익혀 가고 제법 잘 돌리는 것이었다.

5학년이 하는 연날리기는 바람이 별로 불지 않아서 연줄의 아랫줄을 느슨하게 매면 바람을 잘 받지 못해서 곤두박질 친다는 사실은 선생님들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더구나 꼬리가 거의 없이 만들어진 연을 연줄을 잘 매지 않으면 그냥 곤두박질을 치고 만다는 원리를 알면 쉽게 잘 놀 수 있기에 잘 가르쳐 주도록 알려 드렸다.

급식실에서는 6학년이 어린이들에게 가장 힘들다는 도미노 게임을 하고 있었다. 5개 분단으로 나뉘어서 각 분단별로 멋있게 구성을 하고 모두 힘을 합쳐서 도미노 블럭을 세워 나가는데, 어쩌다 한 아이가 실수를 해서 한 시간 내내 해 놓은 작업이 한 순간에 와르르 넘어지는 광경을 보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막아 보려고 애쓰는 모습은 우수꽝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상하기도 하였다.

모두들 이렇게 밝게 그리고 열심히 우리 문화를 익히고, 전수받아서 이어가는 우리 장래의 문화일꾼들을 키워 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자랑스럽고 대견하기만 하였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노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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