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파티가 난장판이 되고 말았네요!

2005.12.13 16:55:00

요즈음 아이들 곧잘 같은 학우들의 생일이나 기념일들을 잘 챙긴다. 특히 친한 사이인 경우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갈 정도의 선물이 오고가기도 하고, 때로는 끼리끼리 모여 파티를 열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끼리 모여서 서로간의 단합도 도모하고, 같이 어울리면서 그 동안에 몰랐던 면들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뿐만 아니라 모임 문화를 통해 서로간의 동질감이나 연대의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때론 과도하고 겉포장만 화려한 모임들이 빚어내는 모습들은 우리 성인들의 일그러진 초상을 엿보게 하는 것 같아 서글픔을 남긴다.

“선생님 케익 좀 드세요.”

머리에 온통 케익으로 난장판이 된 한 아이가 일회용 접시에 케익을 담아 와서 좀 먹으라는 것이었다.

“이놈아 네 머리에 있는 케익부터 치워라. 어디 지저분해서 먹겠냐.”
“선생님도 이렇게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거죠. 선생님도 생일 축하해 주세요.”

아이의 간곡한 권유에 케익을 먹긴 했지만, 왠지 머리에 케익을 온통 뒤집어쓴 아이의 모습을 보니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잠시 후 밖에서 아이들의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 달려가 보니, 케익으로 범벅이 된 두 아이가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생일 축하하는 자리가 싸움으로 결국 번지고 말았다. 아닌 게 아니라 케익으로 장난을 하다가 그만 서로간에 싸움이 되고 만 것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놈들아 고등학생쯤 되는 놈들이 케익으로 장난치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 싸움까지 해!”

아이들은 그제서야 진정이 되는지 다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온통 난장판이 되어버린 교실을 보면서 어이없는 표정으로 아이들의 면면을 쳐다보게 되었다. 얼굴에 케익을 칠 한 아이들이 몇 명 보였고, 터진 풍선들과 온갖 장식물들이 교실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있었다. 두 아이는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았는지, 가쁜 숨들을 몰아쉬고 있었다.

“선생님 오늘 정말 너희들에게 실망했다. 이렇게 좋은 날 온통 교실이 난장판이 되는 꼴을 보니 정말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을 하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아직도 세상 여기저기에는 하루에도 굶어죽는 아이들이 수십에서 수백에 이른다고 하는데, 도대체 너희들은 이렇게 비싼 케익으로 뭘 하는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선생님 죄송합니다. 괜스레 한 장난이 이렇게 싸움까지 될 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이런 일이 없도록 조용히 하겠습니다.”

반장이 나름대로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난장판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은 쉽게 제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모두 우리 어른들 책임이지. 아이들만 탓할 수 없는 노릇이야. TV나 영화 등에서 유치찬란하게 벌어지는 파티 문화가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영향을 줘서. 이건 원 요즈음 아이들 보면 정도가 너무 지나친 것 같아. 이런 시골 학교의 아이들이 이러니 대도시의 아이들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니겠어.”

“말도 마세요. 사귄 날 기념한다고 몇 만 원 짜리 선물하는 것도 예사고, 심지어는 학교 정문 앞에 플랭카드도 걸어 놓는다고 하데요. 그나마 우리 아이들은 순수한 편이예요.”

“반드시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지나치게 허례허식이나 기분에 사로잡혀 과도한 돈을 사용하거나, 혹은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부분 등은 분명히 따끔하게 고쳐줄 필요가 있어요.”

아이들의 생일잔치가 만들어 놓은 일이 교사들의 교무회의에서까지 언급이 되기도 했다.

“담임 선생님들이 앞으로 과도한 생일파티를 교실에서 못 하게 따끔하게 지도해 주세요.”

교장선생님도 못 마땅하셨는지, 아이들을 엄격하게 지도하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생일날 벌어진 아이들의 행동에 지나침이 있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 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겉모습에 치중해 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 걱정스러움을 더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꾸만 지난 날 미역국 한 그릇으로 생일을 챙겨주시던 우리 어머니들의 따뜻한 손길이 자꾸만 떠올랐다.
서종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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