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 PR시대

2005.12.26 10:38:00

저물어 가는 한 해의 책력을 보면서 창가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며 교육계의 한 해를 찬찬히 생각해 보니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 같다. 7차 교육과정의 캐치프레이즈 하에 퇴출 교사 문제, 학내 폭력 문제, 운영위원회 설치 문제, 수요자 중심 학습, 열린 학교 운영, 초빙 교장제, 자립형 사립고 운영 등 다사다난했던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목표 달성을 중시하던 시대에서 질을 중시하는 시대로 탈바꿈되면서 교육을 받는 개개인의 개성이 더욱 돋보이기 시작하였다. 매스컴에서도 지인들만 보이던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기업체의 상품 선전에까지도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출현하는 보통 사람들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에 교육도 우수 학생만의 교육이 아닌 개성을 중시하는 특기 적성 수업 형태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다. 이미지 하나만 가지고도 자신을 포장할 수 있는 평면화 시대에 겉과 속의 가치문제가 어떻게 나타날지 그것이 다만 문제될 뿐이다.

학교마다 전국 연합모의고사를 치르던 때 그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과거에는 학교 등위가 전국에서 몇 위인가에 촉각을 세웠다. 그러나 이제는 각 학생 개개인의 과목 등급이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중심을 둘 뿐이다. 때문에 각각의 과목에 우수한 학생들이 으뜸으로 쑥쑥 드러남으로써 자신의 떳떳한 한 면을 부각시키기도 하여 당당한 호연지기를 갖추는 경향이 농후해 졌다.

요즘 광고 사진에도 완벽한 얼굴, 빼어난 몸매만 선택되는 것이 아니다. 얼굴 잘난이, 몸매 좋은 몸짱, 다리만 빼어난 이 등등 어느 한 부분만 가지고도 자신을 자랑하기에 소재거리가 되고 있다. 분업화되어 가는 시대에 맞춤형 공부가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과목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수능 맞춤식 수업에 요구되는 교사수와 부족한 교실 공간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신입생 유치에 있어서도 학교 PR은 대단한 효과를 나타낸다. 각 학교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각 중학교 출신별로 그룹을 만들어 모교 방문단 형식으로 학교 PR에 나선다. 동시에 교사들은 중 3학년 부장과 담임을 초청해 학교에 대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온갖 열정을 다한다. 대학에서는 각 교수들을 일선 고교에 파견하여 신입생 유치에 안간힘을 다한다. 이런 것들이 우수한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학교의 일부 독특한 이미지만 부각시키는 PR은 받아들이는 이에게는 그 감도가 색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교문에 붙는 대학 입시 합격률과 학교 평가에서 나타나는 학교 성적은 플랜카드에서 알 수 있다. 개체화되어 가는 시대에 더욱 자신의 부분만을 강조하는 전문화의 중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면서 개체의 허상이 드러날 때 대상의 침체는 한 순간에 삶의 길을 뒤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 PR의 약점이기도 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떤 분야에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인터넷을 통해서, 대중을 통해서, 언론을 통해서, PR을 하는 것은 급변하는 시대에 지식의 수명이 너무 짧다는 데 있다. 어제의 전문가가 오늘의 새로운 전문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정보는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있기에 개개인의 PR의 비중은 더욱 높아만 가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다방면의 전문가에 비해 이들을 수용할 직업의 한계는 서로 정비례되지 못하는 상황이 누적됨에 따라 개개인의 PR은 과대 포장되기 쉬워 그 위험성은 대중을 속이고 사회를 속이고 나아가서는 나라까지 욕되게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과대 포장의 선전 효과로 나타나는 허상에 매혹되어 배움의 터전을 잘못 선택하여 일평생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과장과 허위에 속지 말아야 하는 것이 독자가 광고를 볼 대 주의해야 할 것들이다. 마찬가지로 개개인의 PR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일선 학교도, 성적 부풀리기식 선전과 성적 조작으로 스스로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우리 시대의 일그러진 영웅 심리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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