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면 보기도 힘듭니더, 퍼떡 오이소"

2006.01.09 21:01:00


왜 '대구'일까? 잡히기는 부산이나 거제에서 많이 잡히는데 하필 대구인가? 이름이 궁금했다. 붉은 플라스틱 물통을 가득 채운 대구를 보면서 물옷으로 무장한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아주머니, 고기 이름이 왜 대구입니까?”
“입이 커서 대구 아입니꺼.”
“아하, 클 대(大)자, 입 구(口)자, 입이 커서 대구(大口)구나?”

그런데 막상 가까이서 고기를 보니 생각보다 입이 그렇게 크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아주머니, 대구는 입이 커서 대구라는데 맞습니까?”
“아니예, 대구는 워낙 커서 입이 큰 건 맞지만 다른 고기에 비해서는 별로 큰 것도 아닌데요. 보이소. 별로 아입니꺼.”
“그럼, 왜 대구일까요.”
“클 대(大)자는 맞을 것 같은데 다음 것은 나도 모르겠네요.”

아주머니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여 어느 것이 옳은지는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돌려야겠다.

가덕도 앞바다에는 12월에 대구가 대량으로 잡힌다. 부산과 경남의 경계에 있는 용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덕도 가는 배의 선착장이 있었던 곳이다. 김해공항에서 차로 20분 가량 떨어진 곳이다. 진해시 소속이다.지금은 앞 바다를 메워 새로운 항만을 만들고 있다. 지금도 이름을 두고 부산과 진해가 싸우고 있는 가운데 1월 19일 역사적인 신항 개장을 앞두고 있다.

선착장 길목인 용원시장에는 아직도 대구도 우글거리고 사람도 와글거린다. 재방을 쌓아 지금은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시장 안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대구는 한때 어획량이 급감해 한 마리에 5∼6십만 원까지 호가했다고 한다. 이러던 대구가 지금은 많이 잡히는 덕에 값이 많이 내렸다.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가 거제도 장목에서 대구의 수정란을 많이 방류하였기 때문이다. 81년부터 매년 벌여온 수정란 방류 덕분에 한 때 한 마리도 잡히지 않던 대구가 2천 년도를 들어와서 마리 수가 서서히 늘어나더니 재작년부터 대거 잡히고 있다.

작년에도 경남도는 수정란 및 인공생산에 성공한 치어 2만마리를 방류하였다고 한다. 앞으로 당분간 서민들도 대구 맛을 보는 데는 이상이 없을 듯하다.

1월의 금어기에 들어 정치망으로 밖에 잡을 수 없지만 아직 통 속에 담겨있는 대구는 무척 많다. 보기만 해도 풍성하다. 고기치고는 무척 순하다. 넓은 대양을 헤엄치던 고기가 조그만 통 속에 갇혔어 기가 죽어인지 마냥 조용하기만 하다. 큰 물통에 대구가 가득 채워져 있는 시장안 횟집 앞에서 주인과 고기를 두고 흥정을 한다.

“아저씨, 이 놈 한 마리 얼마지요?”
“팔 만원만 주이소.”
“몇 명 먹을 수 있나요?”
“서 너명은 충분할 겁니더.”
“값이 대단히 싸다고 하던데 그렇지는 않네요.”
“요즘 찾는 사람이 많아 많이 올랐다 아임니꺼.”
“이거 사면 요리 다 해 줍니까?.”
“그럼요.”
“어떻게 요리해 주는데요.”
“먼저 회를 쳐 드리고 다음은 탕까지 끊여 드린다 아님니꺼.”
“탕 값은 따로 받습니까?.”
“어데예, 다 포함해서 팔만원입니더.”

우리 일행 네 명은 이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아 앉았다. 처음 먹어보는 대구회도, 먹음직 스러운 탕도 푸짐하게 먹었다. 대구를 향해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횟집 아주머니가 한마디 거든다.

“나도 와 하나 안 찍어 줍니꺼?.”
“사진 찍으면 모델료 달라고 해서요.”
“내사 늙어서 모델료 안 받을테니 걱정말고 찍어소.”

“너무 맛있어서 가족들이랑 또 한번 와야겠습니다.”
“이제 설 지나면 보기도 힘듭니더, 대구 자실라먼 퍼떡 오이소.”
이태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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