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사명감을 갖고 교직을 수행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상은 학생들이다.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인간성의 형성을 도모하고, 효율적인 문명을 창출하게 하여,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물질 만능과 이기주의가 범람하는 사회라고 하여도 교사들의 양심과 생활방식 그리고 도덕성은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교사들은 어린 학생들처럼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한다. 그만큼 순진하게 양심적으로 산다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교사들은 적어도 20여 년 이상 오직 학생교육을 위해서만 최선을 다하면서 교단을 지키고 있다. 교사들의 확고한 신념은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학생교육을 통해 훌륭한 제자를 길러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오직 승진만을 생각하면서 근무하지는 않는다. 어느 시기가 되면 승진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되고 일부만이 승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연공서열식 승진 구조를 능력중심의 승진체제로 개편한다면 초임시부터 승진규정에서 요구하는 갖가지 능력들만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학생교육보다는 승진에 대한 집착으로 교사 본연의 자세가 일탈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말 교육부는 교원정책 개선안을 마련해 교육혁신위에 넘겼다. 교육부안은 혁신위 최종안의 초안이라는 점에서 무게를 가진다. 개선안에 의하면 능력중심의 승진체제로 개편하고, 초빙교장 및 공모형 교장제를 강화한다는 게 승진제도 개선안의 골격이다. 연공서열식 승진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25년인 경력반영 기간을 15년이나 20년으로 축소하고 점수 비중도 90점에서 70점이나 80점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또한 근평 반영 기간도 현 2년에서, 4년이나 5년, 10년으로 늘이겠다고 한다.
현재의 승진규정이 연공서열에 의한 승진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25년이 아니라 30년의 경력이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승진할 수는 없다. 교사 전 근무기간 동안 여러 가지의 가산점을 확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 가산점들을 확보하는 것이 바로 능력중심의 승진체제라고 할 수 있다. 만점을 받는 25년의 경력을 연차적으로 1년씩 낮추어 20년으로 규정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20년 정도의 교육현장 경험이라면 교감 및 교장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충분할 것이다.
능력중심의 ‘능력’이란 어떤 능력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교단교사에게 교수·학습의 능력과 생활지도 능력 그리고 인성교육 능력 외에 어떤 능력을 더 요구하는 것인지……. 현재의 승진규정도 이러한 교사들의 능력들을 신장시키기 위해서, 이런 능력이 많은 교사를 선발할 수 있도록 수십 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만들어진 종합작품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근평반영 기간을 2년에서 4년이나 5년 또는 10년으로 늘이겠다고 한다. 지금의 2년도 해당교사에게는 긴 기간이다. 자신의 소신과 자율성보다는 학교장의 눈치나 보고 비위나 맞추어야 하는 비상식적인 근무태도가 될 수도 있다. 과거에 3년에서 2년으로 줄인 것도 그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교직원년부터의 근평을 모두 반영하여 평균점을 산출하여 적용한다면 정말 충실한 교사들의 근무를 유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아닌지 모르겠다. 근평 반영기간이 늘면 늘수록 교직사회는 비인간적인 경쟁만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초빙교장과 일반승진 비율을 2014년에는 50대 50으로 같게 하고 이를 위해 현재 3.9%인 초빙교장 비율을 매년 5%씩 늘이고, 자격 없이도 교장을 할 수 있는 특례학교도 늘일 계획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초빙교장제도는 교장중임외의 임기연장의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초빙재직기간을 임기에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초빙의 목적이 변질되고 있어 비난이 증폭되고 있는데 확대 시행하려고 하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현장에서 이십수년 이상의 교육실무 경험과 교장 양성기관에서 교장으로써의 자질과 능력을 함양하고 교장자격증을 받았어도 학교장의 업무 수행이 쉽지 않을 텐데 무자격자가 교장이 된다면 수업장학과 교육적 경영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교장자격증의 신뢰와 권위를 수호해야할 당국에서 무자격자에게도 교장자리를 주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수십년 동안 개선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현재의 각종규정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충격을 최소화 하면서 수정 보완해야 한다. 과격한 변화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교원 정년을 한꺼번에 3년이나 줄여 교원수급의 큰 혼란을 초래했던 우를 거울삼아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혁신을 위한 혁신이 아닌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혁신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