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기승을 부리는 매서운 입춘시샘 추위로 꽁꽁 언 날씨의 체감온도를 높여준 4일 전주종합경기장 테니스장에서는 상주 ‘구합회’와 전주 ‘GFTC'의 영·호남 교류 친선 테니스대회가 있었다.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친선대회로 40여 명의 회원들이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한마당 잔치였다.
‘立春大吉’, 24절기의 시작인 입춘을 맞이하여 길운을 기원하며 벽이나 문짝 따위에 써 붙이는 문구이다. 혹한의 추위가 빨리 물러나고 따뜻한 날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새해에는 좋은 운만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글귀이다. 이러한 吉日(입춘)에 영·호남의 교원들이 테니스 친선 교류대회를 벌인 것은 매우 상서로운 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서해 갯벌의 특산물인 ‘백합’탕의 따끈하고 얼큰한 국물 은 이른 아침 매서운 추위 속을 3시간 정도나 달려 온 구합회원들의 꽁꽁 언 심신을 따뜻하게 녹여 주었다. 내륙지방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백합’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재첩’과는 다른 맛에 연신 국물을 들이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함과 보람을 느꼈다.
전주의 먹거리 중에서 ‘비빔밥’이 유명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전주라고 모든 음식점의 ‘비빔밥’이 맛있는 것은 아니다. 친절하면서도 정갈하고 맛있는 ‘비빔밥’을 만드는 모범업소에서 먹어야 전주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손님들로 붐비는 유명한 ‘비빔밥’전문 음식점에서 ‘육회비빔밥’의 구수하고 담백하면서도 얼큰한 맛에 만족해하는 회원들의 ‘비빔밥’ 예찬을 들으면서 점심 식사를 했다. 흐뭇한 애향심과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다.
한낮 기온이 영하를 맴도는 추운 날씨였지만 테니스 동호인답게 비슷한 실력끼리 맞대결을 벌였다. 클레이코트에만 적응된 탓에 하드코트에서의 게임이 어설펐지만 상호간의 예를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친선경기를 벌이는 회원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흘렀다.
짧은 시간이기에 전주만의 문화적 가치가 있는 유적지나 전통한옥 마을 등의 관람을 안내하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기약 없는 다음의 만남을 약속하고 헤어지는 회원들은 가슴속에 서로의 고마움과 우정의 아름다움을 깊이 새기면서 손을 굳게 잡았다. 지역정서의 격차를 해소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잦은 만남의 교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행사였다. 눈으로 보기만 하는 관광을 위한 방문보다는 몸으로 마음으로 부딪치고 정을 나누는 교류 행사가 참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立春大吉’, 금년 한 해가 ‘大吉’이 될 것이라는 느낌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