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과 밸런타인데이

2006.02.11 07:24:00

올해는 12일이 정월보름이고 이틀 후인 14일이 밸런타인 데이다.

모 TV 방송프로에서 거리의 젊은 학생들에게 정월보름음식과 놀이를 묻는 질문에 답을 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밸런타인데이를 물으니 밝은 표정을 지으며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우리 고유의 민속명절인 정월대보름을 모르면서 서양의 풍습인 밸런타인데이를 손꼽아 기다리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세계화의 물결 속에 지구촌의 상업성문화가 젊은 청소년들을 파고드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조상대대로 내려오던 고유명절의 의미가 퇴색되고 사라져가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음력 정월보름날은 한자로는 ‘상원(上元)’이라고 하며 이날은 우리 세시풍속에서는 가장 중요한 날로 설날만큼 비중이 크다. 1월 1일은 1년이 시작하는 날로서 당연히 의의를 지녀왔지만,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삼는 음력을 사용하는 사회에서는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날이 보다 더 중요한 뜻을 가져온 듯하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에서는 보름달이 가지는 뜻이 아주 강하였다.

대보름날의 세시풍속으로는 동제, 줄다리기, 보름새기 등이 있고, 대보름날에는 절식으로서 약밥, 오곡밥, 묵은 나물과 복쌈, 일 부럼, 귀밝이술을 먹으며, 기풍 기복행사로서 볏가릿대[禾竿]세우기, 복토(福土)훔치기, 용알 뜨기, 다리 밟기, 나무시집보내기, 백가 반(百家飯)먹기, 나무 아홉 짐 하기, 곡식안내기 등을 행한다. 또한 이날 행하여지는 농점(農點)으로서는 달집태우기, 사발 점, 그림자 점, 달 불이, 집 불이, 소밥주기, 닭 울음 점 등이 있으며, 이날 행해지는 제의와 놀이로서는 지신밟기, 별신굿, 안택고사, 용궁 맞이, 기 세배(旗歲拜), 쥐불놀이, 사자놀이, 관원놀음, 들놀음과 오광대탈놀음 등이 있다. 그리고 이날에는 고싸움, 나무쇠싸움 등의 각종 편싸움이 행하여지고, 제웅치기, 나무조롱달기, 더위팔기, 개보름쇠기, 모깃불 놓기, 방실놀이, 뱀 치기 등의 액막이와 구충행사(驅蟲行事)도 행하여졌다고 한다. <http://www.koreandb.net/holiday/heritage/day0115.htm 참조>

밸런타인데이는 2월 14일이다. 전설상의 순교자 성 발렌티누스가 순교한 날이자 겨울잠에서 깨어난 새의 암. 수컷이 서로 짝짓기 하는 날인데 14세기부터 연인들의 축제일로 기념하게 되었다. 선물로는 쵸콜렛이 많이 이용되는데 이것은 18세기 엽색가 카사노바가 사랑을 유발시키는 미약으로 쵸콜렛을 선전한 것이 계기가 되어 사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선물로 되었다. 빨강 및 하트가 밸런타인데이의 상징이다. 유럽에서는 연인들이 붉은 빛의 장미나 세인트폴리아 같은 꽃을 사랑의 표시로 주고받는 전통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의 고백을 해도 좋은 날로 되어 있어 선물을 받는 쪽은 남성이다. 즉 밸런타인데이 100일 전부터 하루에 장미 한 송이씩을 말려 100송이가 되면 예쁜 병속에 넣어 플로랄 향과 함께 선물한다.

화이트 데이는 3월 14일이다. 사탕 장사꾼들에 의해 밸런타인데이에 대한 대응으로 만들어진 날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남성이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다. 밸런타인데이 때와는 달리 꽃을 받는 사람은 여성이다. 여성들은 꽃을 받는 것에 익숙하고 또 꽃선 물을 즐거워하므로 선물에 꽃다발을 곁들이든가 꽃바구니에 사탕을 곁들여 선물한다. 꽃은 빨간 장미, 분홍카네이션, 빨간 튜울립이 사랑의 고백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적당하다. <http://www.mayscent.com/event.htm 참조>

우리의 정월대보름이 밸런타인데이 보다 젊은 청소년층에 소외를 받는 것은 농경사회에서 전해오던 문화가 산업화 도시회가 진행 되면서 세시풍습이 사라지는 아쉬움도 있지만 학교에서 이런 교육풍습을 가르치고 체험하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한데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방학과 학년말정리 졸업식 등과 겹쳐 학교교육과정에서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맥이 끊겨져 우리고유의 문화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우리문화 지키기 우리문화 되살리기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할 것이다.

우리의 고유문화가 없으면 경제대국이 된다 해도 세계는 우리를 외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조상의 얼이 숨어있는 우리고유문화를 꽃피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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