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10일 목요일. 본교 16회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식 풍속도가 매년마다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으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선생님과 제자와의 ‘석별의 정’이었다. 식장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얼굴 위로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고 가족들은 졸업을 하는 아이들을 축하해 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12월 말 겨울방학이후, 아이들과 헤어진 지 한 달이 지났다. 무엇보다 올해는 아이들 모두가 대학에 합격하여 담임으로서 그 어느 해보다 보람이 있기도 하였다.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식장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오전 10시. 졸업식 거행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총총 걸음으로 식장을 향해 다가왔다. 아이들은 나를 보자 반가움에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나 또한 준비한 인사말로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리고 하나 둘씩 식장으로 입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뿌듯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식이 시작된 지 5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도착하지 않은 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 아이는 우리 학급에서 가장 나중에 대학에 합격한 학생으로 담임인 내가 마지막까지 신경을 많이 쓰기도 했었다. 다행히도 서울 소재 대학인 사범대학에 합격하여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었다.
지난 2월 초. 합격자 발표 날, 내게 전화를 걸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등록금 때문에 걱정이라며 그 아이는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로 그 아이는 연락이 두절되었고 나 또한 궁금하여 적어 둔 번호로 전화를 해 보았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 식장 밖에서 그 아이를 더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잠시 뒤, 운동장 건너 편 저 멀리서 한 여학생이 뛰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였다. 이 아이에게 졸업식은 가정 형편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일년동안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남다르게 느껴졌으리라 본다.
그 아이는 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 먼저 고개를 숙이며 절을 했다. 나 또한 반가움에 두 손을 잡아주며 궁금하게 생각해 온 대학 등록 여부에 대해 물어 보았다.
“그래, 잘 있었니? 그런데 대학 등록은?”
“선생님~, 죄송해요.”
“그게 무슨 말이니?”
“선생님, 등록 못했습니다.”
“괜찮아.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니?”
“죄송해요. 선생님.”
그 아이는 미안한 듯 연신 “죄송해요”라는 말을 하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깨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 아이와 함께 식장으로 들어갔다.
졸업식 내내 그 아이의 생각으로 마음이 편안하지가 않았다. 한편으로 약 400만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이 없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하고도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한다는 졸업이 그 아이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그 아이의 미래가 이것으로 인해 좌절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