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가 떠오른 까닭

2006.02.14 08:44:00


5학년 아이들이 도서실에서 가위손을 시청했다. 마음이 들떠있는 학기말이고, 여러 반이 모이다보니 처음에는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내용이 흥미롭게 전개되자 스크린을 주시하느라 조용해졌다. 말썽꾸러기 몇 명은 장난을 칠만도 한데 그 아이들마저 점잖을 떨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다 뜬금없이 아폴로 11호가 발사되던 1969년 여름을 생각했다. 그때 나는 까까머리 중학교 1학년생이었다. 강당이 있는 시내의 큰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아폴로 11호의 발사장면을 보기 위해 전교생이 강당으로 모였다.

그날을 생각할 때마다 저절로 웃음이 난다. 그 더운 날 아이들이 가득 들어찬 강당에 화면이 잘 보이게 하는 방편으로 안막까지 쳐 바람구멍을 다 막아놨으니 오죽 더웠겠는가? 더구나 연단위에는 화면이 작은 TV가 달랑 한대 놓여 있어 아무리 고개를 길게 빼본들 보일 리가 없었다. 아마 앞에 앉은 몇 명의 아이들에게만 우주선이 발사되는 장면이 제대로 보였을 것이다.

그때 무엇을 봤는지 내용마저 기억나지 않는다. 친구들과 땀을 비 오듯 흘렸던, 즉 아폴로 11호가 발사되던 날이 7월 17일이라는 것과 닐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첫발을 디딘 최초의 사람이라는 것도 후에 알았다. 그렇게 무모한 짓을 했는데 왜 웃음이 나오지 않겠는가?

각 학교마다 도서실 현대화 사업이 이뤄졌다. 우연만하면 시청각실을 겸할 만큼 좋은 기자재가 구비되어 있다. 도서실에서 가위손의 주인공인 에드워드의 일거수일투족에 탄식과 환호성을 질러대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40여년 전의 얘기를 하고 있지만 지금은 내가 고생했던 69년도가 아니다. 교육환경이 그만큼 좋아졌다. 하지만 학교에는 아직 돈이 더 투자되어야 할 곳이 많다. 유학생이 많아진다고 걱정하기 이전에 교육에 돈을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주판알을 틩겨보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 유학생만 줄여도 교육에 투자한 돈의 몇 배나 이득이 돌아온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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