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를 맞춰 가며 사는 보람

2006.03.02 13:00:00

개학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벌써부터 긴장되면서 한편으론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눈망울을 향해 저만치 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교사가 되기 위해 몇 년간의 사투(?)를 끝내고 교직에 입문하던 때를 이제야 조금씩 벗어나는 듯 하다.

엊그제 학교에서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새로 오시는 선생님들과 인사도 나누고 여러 가지 업무분장도 하는 자리가 다들 약간은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표정으로 서로를 반겼다.

“반갑습니다. 새로오신 선생님들과 인사도 하시고, 말씀도 좀 나누시고 하십시오. 참, 저희 학교에 신규 남자 선생님이 오시는데 참으로 반갑습니다.”

교감 선생님은 신규 남자 선생님이 반가우신지 선생님들 앞에서 신규 선생님을 소개하려고 애를 쓰시는 모습이었다.

“야, 신규 남선생님이 이렇게 우리 학교에 발령을 받아 오다니 이거 우리 학교에 경사야….”
“맞아요, 신규 선생님이 발령 받기도 힘든 학교에 여선생님도 아니고 남선생님이 이렇게 발령 받아 오시니 한편으로 낯설기도 하네요.”
몇몇 선생님들은 신규 선생님을 두고 이런저런 우스개 이야기로 신규 선생님을 비롯해 새로 오시는 선생님을 반기셨다.

벌써 몇 해가 지났지만, 아직은 젊은 교사축에 드는 나로서는 지난날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받던 인사를 신규 선생님이 받고 계시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서선생 좋겠어. 드디어 밑으로 후배 남교사가 생겼으니 제법 어깨에 힘들어 가겠어.”
“선생님 놀리지 마십시오….”

신규 선생님을 보면서 문득 몇 년간의 힘들고 고된 시간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교사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보람이라면…

첫 발령을 받고 몇 해는 정말로 하루하루가 아이들과의 전쟁이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잡히지도 않는 아이들과의 싸움 아닌 싸움은 교사라는 자리를 망각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단련해 가며 아이들의 모습에 조금씩 나를 적응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 학교에서 6년간을 보내며 얻은 것이라면 그건 바로 ‘아이들에게 나를 던져두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닫는 데 근 6년이라는 긴 시간을 흘려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다행스럽게 몇 년간의 교직 생활을 통해 얻은 바가 있다면 그것은 항상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면서 그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며칠전 우연하게 한 술 자리에서 대학을 갖 졸업하고 잠시 기간에 교사로 계시던 여선생님께서 “서 선생님을 아이들이 많이 놀리는 것 같은데, 선생님은 화나지 않은세요?” 라는 말을 불쑥 던지는 것이었다.

“아이들이요, 어떤 놈들이 나를 두고 그러던가요.”
“서 선생이 잘 하고 있는거야. 아이들 앞에서 거만하고 목에 힘주면 뭘해. 여하튼 아이들이 좋아하고 따르고, 때론 아이들 앞에서 망가질 줄 아는 교사의 모습도 중요해.”

여선생님의 말에 겉으로는 화내는 듯 했지만, 내심 아이들에게 제대로 나의 모습이 제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싶어 안심이 되기도 했다. 고참 선생님의 눈에는 아이들의 놀리는 모습이 아마도 다르게 해석되는 모양이었다.

수많은 아이들과 부딪히다 보면 때론 지치고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이들과의 보이지 않는 교감속에서 삶의 에너지를 한편으론 정말로 ‘이것 때문에 교사가 행복하구나’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아이들이 없다면 교사는 아무런 존재 이유가 없다. 교사로서의 본질과 실존을 깨닫는 길은 바로 아이들의 눈을 맞추고, 그곳으로 뛰어드는 길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그 신규 선생님을 보면서 불현 듯 스쳐 지나간다.

교직이 인기 직종이라고요?

요즈음 다들 교사가 인기있는 직종이라고들 한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여하튼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학을 가려고 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반가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반가움도 잠시 새롭게 입문하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만나야 할 과정들이 쉽지 않기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대다수의 수많은 선생님들이 임용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치고 교직에 입문한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의 교사는 그렇게 편안하고 만만한 자리가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교사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또한 아이들 또한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무리 탄탄한 지식으로 무장된 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아이들의 행동과 말에서 부딪히는 생경한 상황들은 때론 견디기 힘든 점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 오신 신규 선생님을 보면서 이런저런 잡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정녕 그 선생님께 인사말 외엔 아무말로 하지 못한 채 그저 격려의 눈빛만을 보냈다. 언젠가 편안하게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서종훈 교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