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도 무척 바쁩니다

2006.03.07 08:34:00


학년초라 학교의 교직원 너나 없이 모두 바쁘다. 교장, 교감, 선생님, 행정실 직원 모두 예외가 없다. '눈코 뜰 새 없다'는 말, 바로 요즘에 어울리는 말이다. 아마 학생들도 새학년 적응하느라 무척 정신이 없을 것이다.

토요일, 퇴근할 무렵 G연구부장(42·여)이 2006학년도 학교요람과 교육계획 초안을 건네면서 검토해 달라고 한다. 덜컥 겁부터 난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이번 주말은 바람쐬러 산으로 가긴 어렵겠네'

그러나 교감에게 검토를 받으려고 몇날 몇일 초안을 작성한 연구부장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좀전의 나의 생각은 너무 사치스러운 것이 아닐까? 혹시, 벌써 매너리즘에 빠진 구태의연한 생각은 아닐까?

교감의 할 일이란 무엇일까? 선생님을 도와주는 것이다. 학교를 위해, 교육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것이다. 교감 손을 거쳐 가면 미완성인 것이 완성품이 되고 잘못된 방향이 바로 잡히고 수준도 한층 높아져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야 유능한 교감이다.

이럴 땐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전년도 것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연구부장은 전년도 것을 보완하여 가져 온 것이다. 그렇다면 전에 근무했던 학교 것을 다시 훑어 보아야 한다. 2004·2005학년도 것과 비교하여 본다.

우선 체제에서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다 뜯어 고칠 수는 없다. 학교 나름대로 전통이 있고 문화풍토가 다름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어느 학교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다. 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학교요람을 학교안내로 고쳤다. 그리고 체제 약간과 사진을 바꾸고 빠진 내용을 삽입하고 띄어쓰기와 오탈자, 문장의 어색한 표현을 바르게 고쳤다. 이제 130여 쪽이나 되는 교육계획 차례다. 그냥 대강 읽고 대충대충 훑어보고 '되었다' 고 연구부장에게 넘길 수는 없다.

'내가 교장이라면···.'의 심정으로 수정 작업에 들어간다. 두 세 차례 교정을 보니 그래도 제법 다듬어진, 정교한 교육계획이 된다. 다행이 연구부장이 꼼꼼이 손을 본 것이라 고칠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 고맙다. 엉성한 것을 교감에게 넘겨 주지 않은 그 정성이 고마운 것이다. 기본이 제대로 연구부장이다.

검토를 마치니 일요일 오후 4시. 그제사 바람을 쐬러 나간다. 그것도 학교와 붙은 숙지산(熟知山)으로. 학교 근처가 궁금하여 돌아보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숙지산 공원을 세 바퀴 돌고 인근 초·중·고등학교와 학구 일대를 둘러 보았다. 지역사회 이해에 도움이 되는 나들이었다.

월요일 아침, 교장에게 학교요람과 교육계획을 보여드리면서 검토사항을 보고하였다. 그리고 연구부장에게 수정한 초안 원고를 넘겨주었다. 교육계획 겉표지에는 이렇게 썼다.

1. 연구부장님, 교육계획서 작성하시느라 애 많이 쓰셨네요. 98점, A+
2. 몇 가지만 수정 보완하시기 바랍니다.
2006.3.5 교감

그리고 연구부장과 즐거운 대화를 주고 받는다.

"연구부장님, 장학사 나가셔도 되겠네요. 계획서가 잘 되어 있어 고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아이, 교감 선생님도. 다른 부장선생님들이 건네 준 자료, 종합한 것인데요. 호호호."

이 정도면 토요일과 일요일, 괜찮게 보낸 주말이 아닐까? 나 스스로 만족감에 젖어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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