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위대한 업적으로 기록되려면

2006.06.01 14:31:00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인류가 풍족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자연을 지배하고 개발해야만 한다. 인류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자연을 개발하여 물질문명의 발달을 이루고 인류문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 자연을 적극적으로 개발 활용하는 인류는 넉넉하고 편리한 문화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연에 순응하면서 사는 인류는 미개한 사회를 면하지 못하고, 가난과 질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발과 보존은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개발만을 치중하게 되면 자연의 훼손으로 인해 결국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고, 보존에 치우치면 문명의 발달을 더디게 하고 삶의 빈곤상태를 면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자연의 보존과 친환경적인 개발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인류 발전과 자연 생태계의 공존이 유지되어야 한다.

지난 4월 21일 말도 많던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군산과 김제, 부안을 잇는 33km의 구간으로 단일 방조제로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방조제가 막힘에 따라 4만여 정보나 되는 거대한 갯벌의 바다가 내해로 편입됐으며 방조제 안쪽은 담수호로 변하게 된다. 농림부는 담수호를 막아 2011년까지 여의도 면적의 140배인 3만여 정보가 간척지로 조성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만세소리가 너른 수평선에 울려 퍼졌다. 그 넓은 갯벌의 수많은 생명들에게는 삶의 끝이고 죽음의 시작임을 알리는 천둥소리보다 더 큰 개발재앙의 신호음으로 들렸을지도 모른다. 비록 친환경적 개발로 더 이상의 자연훼손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생명들의 죽음만으로도 개발의 재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개펄에 가서 놀곤 했다. 농게, 칠게, 집게, 밤게 등이 잔물결 모양 그대로 요철을 이루고 있는 개펄을 노닐다가 혼비백산 게구멍으로 숨어버린다. 손가락으로 손으로 구멍 속에 손을 넣고 잡아보려 애쓰지만 잡을 수 없었다. 웬 구멍이 그리도 많은지 모른다. 바늘구멍처럼 적기도 하고 애기 주먹은 거뜬하게 들어걸만한 큰 구멍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맑고 산뜻한 물줄기를 뿜어대며 개펄 속으로 숨어드는 생명들을 어떻게든 잡아보려 온갖 힘을 정성을 다해 보던 어린 시절이었다. 잡으려다 잡으려다 잡지 못하면 개펄의 고운 흙 뭉쳐들고 친구들의 얼굴에 던지고 바르고 장난치던 어린시절이 눈에 선하다.

며칠 전 어릴 때 자주 가서 놀던 개펄을 찾았다. 그 개펄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였다.

갯벌이 온통 뿌옇다. 물기가 말라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는 개펄에는 뿌연 소금가루가 생성되고 있다. 물기 증발한 진땀 흘린 얼굴에 생긴 소금가루 손끝에 긁히듯이 넓은 개펄이 온통 말라버려 사해보다 더 짠 염분 때문에 온갖 생물들이 죽어간다. 만물의 영장 인간의 개발 때문에 죽음의 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개펄은 억겁의 세월 동안 수만 종 수천만 아니 인간의 능력으로는 셀 수 없는 생명체의 천국이었으련만 인간 때문에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있다. 영겁의 생명이 찰나에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온갖 조개껍데기가 나둥근다. 하얀 동죽, 광택 나던 생합, 줄무늬 피조개, 모시 같은 모시조개, 둥글둥글한 배꼽, 뾰족한 각뿔 소라 등의 껍데기가 즐비하다. 참맛, 죽합, 갯가재, 쏙 등의 껍데기가 개펄 세계의 대 재앙이 시작됐음을 예고하는 듯하다. 이름 모르는, 보이지도 않는 주검들이 눈에 보이고 밟힌다. 좁은 고랑을 따라 껍데기들이 더 많다. 마지막까지 물기를 찾은 흔적이다. 상큼한 갯내음이 아니라 약간은 역겨운 냄새가 후끈 갯바람과 함께 코를 자극한다. 폐허가 되고 있다.

우리 마을은 대부분이 농사를 지으면서 갯벌에서 맨손어업을 주로 했다. 그러기에 방학 때나 휴일이 되면 동네 어른들을 따라 갯벌에 가곤했다. 용돈이라도 벌어 쓰기 위해서다. 그 넓은 갯벌에서 생합들이 주로 서식하는 개펄까지는 30여 분 이상 걸어가야 했다. 조수 때문에 작업 시간은 3시간 정도였다. 서툰 내가 잡은 양도 1관 정도로 성인들의 1/3 수준이었다. 성인들은 쌀 3-4말에 해당되는 소득을 올렸으니 지금 화폐가치로 환산해도 5-6만원에 해당한다. 어디 생합뿐이랴. 이름도 모를 온갖 어패류 모두가 소중한 자원이고 주민들의 소득원이었다. 그런 소득은 지금까지도 계속되었었다. 벼농사를 주로 했지만 그 보다 소득이 훨씬 많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자녀들의 학비는 물론 가정의 생활비 모두를 개펄에서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소중한 소득원을 이제 잃어버리게 되었다. 맨손어업 1년 소득보다도 훨씬 적은 보상을 받고 삶의 터전을 내준 셈이다.

본격적인 새만금사업은 이제부터다. 새만금사업이 인류역사에 위대한 업적으로 기록되려면 담수호에 갇힌 물의 오염 방지, 새로 조성되는 땅의 개간 및 효율적인 활용, 세계적인 관광명소 조성, 새만금 주변 농촌지역의 간접피해 예방 및 발생에 대한 보상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반대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씻어 주어야 한다. 제 2의 시화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자손만대의 삶의 질 향상과 전 인류의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업이었다고 인정받아야 한다. 한국인들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웅장한 대 사업이었다고 역사에 기록되어져야 한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