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희망이 있고 낭만도 누릴 수 있다. 작은 것에도 감동할 만큼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과 따뜻한 가슴이 있다면 인생살이가 더 행복하다. 누구나 그런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점심을 먹은 후 여느 때처럼 칫솔을 들고 수돗가로 향했다. 아이들과 둘러서 이를 닦을 때만 해도 그저 평범한 하루였다. 그런데 양치를 하느라 올려다본 하늘에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발길이 운동장으로 향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솜사탕보다 하얀 구름이 온 세상을 동화나라로 만들었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도 오늘따라 더 신이난다.
조회대 위에 서서 두둥실 떠있는 흰 구름을 바라봤다. 하늘 가득 조각품을 만들고 예쁘게 색칠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자연현상이 경이로웠다. 여러 가지 모양의 사물들이 어우러진 하늘을 한참 올려다봤는데도 목이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마냥 기분이 좋은데 이유가 있었다. 높은 하늘이 말만 살찌우는 게 아니라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면서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만해도 찌는 더위로 고생시키던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다.
가을은 그렇게 성큼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철저히 준비를 하고 소리 없이 다가오는 걸 나만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때가 되면 아름다운 가을하늘과 풍요로운 들판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는 자연의 섭리를 어떻게 거역할 것인가? 그냥 천만분의 일이라도 자연을 닮고 싶다.
방학동안 실컷 자유를 누리다 개학날 만난 아이들도 그렇게 훌쩍 커있었다. 어쩌면 아이들이 속을 꽉꽉 채워가면서 소리 없이 커간다는 걸 어른들만 모르고 있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가 사는 사회를 희망의 나라로 이끄는 건 아이들이다. 이 세상 무엇보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고운심성을 닮고 싶다.
‘자연을 닮을 수 있다면, 아이들을 닮을 수 있다면...’을 되뇐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