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공부 집중하기 깨우쳐야

2006.09.20 08:42:00

오늘 아침 출근길은 안갯길이었습니다. 안개가 산을 가렸습니다. 안개가 길을 가렸습니다. 시야를 흐리게 했습니다. 반갑지 않은 장애물이더군요. 하지만 그 장애물은 오래지 않아 서서히 사라지더군요. 우리 앞에는 크고 작은 장애물이 언제나 방해를 놓습니다. 초점을 흐리게 만듭니다. 방향을 흐리게 만듭니다. 눈을 어둡게 만듭니다. 갑갑해집니다. 그래서 보통 때보다 더 중요한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장애물이 있을 땐 장애물에 흔들리지 말고 잡념 다 버리고 오직 나아갈 방향을 향해 전진해야죠. 조금 신경 쓰면서 말입니다. 조금 속도 주리면서 말입니다. 조금 집중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 머지않아 우리를 방해하는 모든 세력들은 결국 자기 스스로 물러나게 됩니다. 힘없이 물러나게 됩니다. 안개가 사라지면 가려지고 흐려진 게 더 분명하게 보이게 됩니다. 방향은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됩니다. 마음도 훨씬 산뜻해지게 됩니다.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게 됩니다.

안개가 끼인 날은 보나마나 날씨가 더 좋고 더 상쾌하고 더 맑고 더 깨끗하고 더 푸르고 더 높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앞에 안개와 같은 장애물이 잠시 우리 앞을 가로 막는다 해도 주춤거리지 말고 슬기롭게 잘 넘어가야 합니다. 그 과정을 잘 통과해야 합니다. 장애물을 오히려 디딤돌로 삼고 더 도약해야 합니다. 그래야 탄탄대로가 열립니다. 발전이 있습니다. 한 단계 도약합니다.

장애물이 있을 동안에는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합니다. 용기가 필요합니다. 조심이 필요합니다. 속도조절이 필요합니다. 방향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눈을 집중해야 합니다. 다른 데 마음을 빼앗기면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앞에 놓인 장애물을 잘 극복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관심을 두면 안 됩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마음을 빼앗기면 안 됩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인해 장애를 넘는데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직 장애물을 넘기 위한 일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학생들 앞에는 중간고사라는 장애물이 놓여 있습니다. 이를 잘 극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직 공부하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인해 중요한 것이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내신성적이 대학관문의 필수조건 아닙니까?

어제 아침 자습시간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중간고사가 발표되어서 그런지 더욱 조용함을 느낍니다. 오히려 골마루를 지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정도입니다. 1학년 한 교실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칠판에서는 선생님께서 예쁜 글씨로 이렇게 써 놓았습니다.

“시험이 가까웠으니 ①시험공부 계획 세우기(플래너 활용)②공부에 집중하기(소설책, 음악은 당분간...) ③지각, 복장불량 걸리지 않도록...”

그 반은 평소에 매일 자습시간에 선생님께서 계시는 곳이기 때문에 교실 안은 깨끗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더군요.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치는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학생들은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잊은 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눈에 띄어 안타까웠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시험공부 계획을 짜고 있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사소한 일에 좌우되지 않았습니다. 우선순위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교실에서 세 명이 자고 있었습니다. 한 학생은 11월 말쯤에 있을 축제계획서를 짜고 있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시험공부가 아닌 일반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두 학생은 반성문을 쓰고 있었습니다. 중간고사라는 장애물을 잘 뛰어넘어야 탄탄대로가 열리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는 일에 몰두하고 있으니 장애물이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③지각, 복장불량 걸리지 않도록... 하신 말씀이 이해되었습니다. 지각하다 복장불량으로 학생부 선생님들께, 선도부학생들에게 걸리면 그 귀한 시간 반성문을 써야 하고 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쓸 데 없는 데 빼앗기지 않도록 미리 일러두신 것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지금 이 시간 가장 중요한 일들이 중간고사 시험임을 알고 계획성 있게 공부하라고 당부합니다. 소설책 등 다른 책들도 아무리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음악이 아무리 정서를 순화시킨다고 하지만 당분간 자제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9월은 독서의 달이야 하면서 시험공부하지 않고 소설책을 비롯하여 여러 책을 본다면 그 학생은 똑똑한 학생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학생을 두고 지혜로운 학생이라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고등학교 내신성적이 대학입시를 좌우하는 걸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시험기간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장 중요한 것처럼 착각하고 고집하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평생을 달고 다니지 않겠습니까? 평생 후회하게 될 것 아닙니까? 책은 언제든지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음악도 언제든지 들을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할 텐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가장 중요한 것처럼 착각하고 그 일을 하는 어리석음을 행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어야 할 것입니다. 괴테는 ‘가장 중요한 일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인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의 말씀을 우리에게 해주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때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가장 어려울 때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장애물이 앞에 놓여 있을 때 더욱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시험기간 때가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때입니다. 이때가 가장 잘 넘어야 할 고개입니다. 중요한 때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시험공부입니다. 책 읽는 것도 아닙니다. 축제 계획 세우는 것도 아닙니다. 음악 듣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머리에 잘 들어오는 아침자습시간에 자는 것도 아닙니다. 더구나 지각해서 복장불량으로 반성문 쓰는 것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시간을 빼앗아가는 것을 스스로 막아야 합니다. 스스로 피해야 합니다.

괴테의 말씀처럼 시험기간에 가장 중요한 일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일들로 인해 좌우되어서는 안 됩니다. 시험이 가까웠으니 시험공부 계획 세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각, 복장불량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시험 준비 중인 학생들에게 일러줌이 좋을 것 같지 않습니까?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