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에게 배운다

2006.09.25 08:48:00

여름방학이 끝난 뒤 어느 날이다.

“교감 선생님, 방학 동안 뽀얀 해 지셨네요.”

평상시 별로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는 6학년 학생이다. 청소시간에 간혹 얼굴을 스칠 때마다. 정답게 인사하는 예절 바른 여학생이다. 갑작스러운 인사말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교감 선생님, 10년은 젊어지신 것 같아요.”
“그러니? 정말 고맙다. 네 이름이 뭐지?”
“김ㅇㅇ입니다.”

내 얼굴이 뽀얀 해 지고 10년은 젊어졌다니 아무리 빈말이고 어린학생의 말이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이 나이에 그것도 어린학생의 지나친 듯한 그 말을 들었을 뿐인데 흐뭇해지며 기분이 무척 좋았다.

16년 전부터 테니스를 즐겨 하는 나의 얼굴은 언제나 구리 빛이었다. 점잖은(?) 자리에 갈 때마다 검은 피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하는 운동이라곤 그 것밖에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봄, 여름, 가을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운동 할 때 하얀 ○크림을 바른 회원들의 뿌연 분가루를 덧칠한 것 같은 얼굴을 볼 때마다 남자가 뭐 저럴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어떤 회원은 아무리 햇빛에 노출되어도 항상 하얀 얼굴을 유지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내 얼굴은 한번만 그을리면 1년 동안 검은 얼굴이 되어버린다. 항상 햇볕에서 일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그래도 ○크림 등을 바르기는 싫었다.

그런데 금년 여름에는 집사람의 강력한 권유로 ○크림을 발랐다. 하얀 수성페인트를 칠한 것 같은 얼굴이 계면쩍기도 했지만 효과가 있었다. 바르지 않을 때는 주름살 깊은 곳만 햇빛이 닿지 않아 흰 편이고 온통 구리 빛으로 변해 버리는데 정도가 훨씬 덜 했다. 지금은 ○크림을 애용하고 있다. 긴 방학동안 그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에게 기분 좋은 한 마디 인사말은 서로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상대의 장점과 달라진 점을 찾아보고 칭찬이나 격려의 말 한마디를 해주면 된다고 한다. 표정에서 의상에서 찾은 칭찬의 한마디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준다고 한다. 내 자신이 그런 느낌을 많이 경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몇 년 전 자격연수를 받을 때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강사들로부터 많은 강의를 들었다. 직장에서의 자기 존재가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면 대인관계를 잘 해야 한다고, 업무의 유무능보다 따뜻한 인성의 소유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때 잘하겠다고 많은 다짐을 했었는데…….

대인관계에서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나는 이성적인 대응보다 감성적인 대응이 앞설 때가 많다. 때로는 마음을 감춰야 하는데 곧바로 표정으로 나타나 버린다. 말로는 아니라고 해도 이미 표정이 내 감정을 모두 말해버렸으니 그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게 된다. 출근 직후 다정한 인사말 한 마디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곤 한다.

칭찬이 너무 많으면 그 효과가 자꾸 줄겠지만 적은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러나 칭찬은 가식이 없어야 한다. 칭찬을 하기 위해 마음으로 느끼지 못한 칭찬거리를 일부러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칭찬거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면 틀림없이 있을 테니까 찾아야 한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이 필요한 것이다.

김ㅇㅇ이는 아직 어리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 꾸며서 한 말이 아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느낌 그대로 표현했을 것이다. 그런 칭찬이 필요한 것이다. 학생에게서 배우는 것도 많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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