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행동입니다

2006.10.03 18:08:00

저가 있는 아파트는 도심 속의 변두리입니다. 거기에다 고층이라 전망이 좋습니다.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푸른 산이 보입니다. 고속도로가 보입니다. 국도24호선이 보입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가 보입니다. 학교가 보입니다. 아이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오전에는 간암 말기로 오는 8일 중국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초조하게 날을 기다리고 있는 아는 분을 찾아뵙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개천절이라 집에서 쉴 수 있는 좋은 날이지만 그보다 더 좋고 보람된 일을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조금 전에는 ‘행동’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교육은 행동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잘 압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지켜야 할 일과 지키지 말아야 할 일을 잘 압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잘 압니다.

알기는 잘 알지만 아는 것으로 그칠 때가 참 많습니다. 이것은 학교에서 지켜야 할 일이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잘 지키지 않음을 보게 됩니다. 운동장이나 교실 밖으로 실내화를 신고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압니다. 하지만 편리하다는 것 때문에 선생님이 보이지 않으면 실내화를 신고 나갑니다. 운동장에도 나갑니다. 심지어는 학교 밖에까지 나갑니다.

어제 저녁식사 후 선생님과 함께 교실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세 학생이 실내화를 신은 채 저에게로 달려왔습니다. 좋은 이야기 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저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잘못을 깨닫게 하고서는 교실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각종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함도 잘 압니다. 휴지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되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청소가 끝난 바로 다음 시간에 돌아봐도 휴지를 아무데나 버립니다. 보란 듯이 버립니다. 그것도 구석진 곳에 찾아가며 버립니다. 선생님을 비웃듯이 얄밉게 버립니다.

아는 것 하고 실천하는 것은 다릅니다. 아는 것 하고 행하는 것은 다릅니다. 아는 것이 진정 나의 것이 되려면 실천이 따라야 합니다. 행함이 뒤따라야 합니다. 실내화 신고 밖에 나가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실천해야죠. 휴지 아무데나 버리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실천해야죠.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입이 마르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실천할 때까지 가르쳐야 합니다.

괴테는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응용할 줄 알아야 한다. 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아는 것만으로 만족하면 안 됩니다. 아는 것 하고 실천하는 것은 다릅니다. 알기는 아는데 실천하지 않는 학생을 우리는 원치 않습니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학생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작은 일에 실천이 따르는 자가 큰 일에도 실천이 따를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읽은 글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비전 있는 사람은 많이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행할 수 있다. 지식은 모든 문을 여는 열쇠다. 지식이 없으면 망한다. 비전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소유해야 한다. 실천하지 않은 지식은 가능한 능력이지 능력 자체는 아니다. 그 지식을 행동으로 옮길 때 능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는 학생들을 꿈과 비전이 있는 학생 되도록 가르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알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야 합니다. 아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이 자기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힘입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중요합니까? 말 잘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 어느 것이 낫습니까? 좋은 것 생각하는 것과 좋은 것 실천하는 것 어느 것이 더 낫습니까? 해야 할 일을 아는 것과 해야 할 일을 실천하는 것 어느 것이 더 낫습니까? 밴저민 프랭클린은 “ 말 잘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백 배 낫다”고 합니다.

중국의 어느 현인은 “길이 아무리 가깝다 해도 가지 않으면 이르지 못하고, 일이 아무리 작다 해도 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하는 법이다. 놀기 좋아하고 게으른 사람은 설령 다른 사람보다 재주가 뛰어나다 해도 남보다 앞설 수 없다”고 합니다.

가야할 길임을 안다면 가야 합니다. 해야 할 일임을 안다면 해야 합니다. 이루고 싶은 일이 옳은 일이고 바른 일이고 보람된 일이라면 실천해야 합니다. 작은 일부터 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중요합니다.

아는 것보다 행동이 보배입니다. 아는 것보다 실천이 힘입니다. 아는 것보다 행함이 아름답습니다. 이것 학생들에게 가르쳐 봄 직하지 않습니까? 교육은 행동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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