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가 여러 개가 되어 되돌아 왔네

2006.10.14 21:34:00


명절 후 ‘과일 모으기’는 우리 학교의 연례행사로 십여 년을 넘게 시행해 오는 행사입니다. 명절을 보내기 위해 장만해 둔 과일을 하나 가지고 와서 불우 이웃을 돕는 행사입니다. 이번에도 추석을 보낸 후 과일을 모았습니다. 원래는 ‘사과 모으기’행사로 시작하였는데 요즘은 제사를 지내지 않는 집도 많아 ‘과일 모으기’로 바꾸었습니다.

가져온 과일을 보면 사과가 대부분인데 올해에는 배 값이 많이 떨어져서인지 배도 제법 있습니다. 그밖에도 감도 있고 참외도 보입니다. 상한 것도 있습니다. 이런 건 가려내어야 합니다.

어떤 학부모는 이 행사를 뜻있게 여겨 과일 몇 개를 정성스레 싸서 보내기도 합니다. 더러는 마이동풍인 학생도 있습니다. 자발적인 행사이므로 행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는 해도 강요하기는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학교란 공부만 하는 곳인 줄로 착각하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 시험과 관련이 없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면 불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공부보다 더욱 중요합니다. 여행도 가 본 사람이 자주 갑니다. 봉사도 마찬가지로 해본 사람이 자꾸 하게 되어 있습니다. 봉사정신은 학창시절에 많이 익혀야 합니다.

모은 과일은 상자에 담습니다. 박스는 많지 않아도 군더더기 없이 빼곡히 채우다보니 한 상자 안에 들어있는 양은 많습니다.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홍보용으로 학교 이름도 하나 붙었습니다.

이 상자를 해마다 가는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하려 갑니다. 인근에 있는 애육원에 갔습니다. 원장님 말씀이 재미있습니다.

“우리 길동이(가명)가 학교에서 과일 모으기 행사한다고 사과를 하나 가져가더니 이렇게 많이 되어 돌아왔네!”

이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이 시설에서 우리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있는 걸 알았습니다. 다음 코스로 가는 애아원에는 우리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설에는 예전에 없었는데 지금은 있는 모양입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자신도 밝히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고 담임선생님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남에게 잘 알리지 않기 때문에 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선생님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 많은 열매가 맺듯이 이러한 조그만 행사가 사회 어두운 곳곳을 비추는 등불의 기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태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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