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선생님의 열정이 마음을 움직인다

2006.12.23 15:40:00


오늘은 12월 4주 놀토입니다. 월요일 성탄절까지 연휴가 겹치니 정말 연휴다운 연휴가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 날씨도 너무 화창합니다. 너무 따뜻합니다. 가을날씨를 연상케 할 정도입니다. 학교의 일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26일 방학선언식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도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정말 보람있는 연휴를 보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선생님은 연휴기간에 김장을 담그야겠다고 하시더군요. 무엇을 하든이 귀한 날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제 저녁시간에 교장선생님과 1학년 부장선생님과 함께 불난 집에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우리학교 선생님께서 야자감독을 위해 저녁식사를 하던 집입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저녁에 일하는 분의 부주의로 인해 불이 나게 된 것입니다. 가스폭발로 순식간에 불은 번지고 몸채는 골격만 남긴 채 다 타 버렸습니다.

며칠 후 점심시간 교장선생님과 함께 위로차 들렀더니 여 사장님께서 넋이 나간 상태더군요.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려고 하는 마음이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아래채는 불이 붙지 않아 장사를 계속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세 분이 그 집에 갔습니다. 다행히 표정이 많이 밝아졌고 우리들이 가니까 너무 반가워하더군요. 식사를 하고는 용기를 가지시라고 위로하고는 왔습니다. 별 것 아니지만 웃으며 힘을 얻는 모습을 보고 사소한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은 즐거운 놀토이지만 저는 학교에 나왔습니다. 인사작업 관계로 평소보다 더 바쁘게 오전을 보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유예희망을 하셔서 교장선생님께 오랫동안 고심을 하셔서 어제야 결정을 하셨습니다. 그러니 작업이 자동 오늘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26일 제출을 해야 하니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조용한 가운데 작업을 하니 능률이 오르고 좋네요.

선생님 중에는 유예희망을 하셨지만 희망대로 되지 못한 선생님이 많이 계십니다. 몇 번이고 교장선생님께서는 모두를 붙들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들 열심히 하셨고 다들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욱 고민하셨습니다. 희망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서운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는 유예희망을 하시는 선생님의 비율을 정원 10%에서 더 늘여주든지 아니면 유예관계는 교장선생님에게 전적 일임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우리 학교에는 오늘도 3학년 부장선생님을 위시하여 기획선생님 3학년 여러 선생님께서는 정시모집을 위한 상담을 위해 학교에 오셨습니다. 재학생은 물론 재수생까지 상담을 하십니다. 그 외에도 많은 선생님께서 오셔서 일을 하고 계시는 것을 봅니다. 그분들이 계시기에 학교는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품게 됩니다.

어제 한 선생님께서 학교만기가 되지 않았는데도 일반내신을 하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집도 학교에서 가깝고 실력도 뛰어나고 애들도 다 키워놓고 한참 학생들을 위해 정열을 쏟을 때인데 왜 중학교로 가려고 하시느냐고 하니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더군요. 그 선생님께서도 학교가 마음에 들고 학생들도 좋아하고 가르치기가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중학교를 내신을 내는 게 다름이 아니라 그 동안 전 선생님의 야자 감독, 원로선생님과 부장선생님의 담임 등 학교장 방침에 따르지 못하고 학교일에 협력하지 못해 양심에 가책도 되고 마음이 아파 떠나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바꿔 함께 동참하시면 될 것 아니냐, 야자감독도 하고 교장선생님의 방침에 적극 협조하면 될 것 아니냐, 선생님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적응을 못하고 학교를 떠나려고 하면 다른 학교에 가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잘 생각하셔서 최종 결정하시라고 하니까 마음을 고쳐먹고 내신 내는 것을 포기하더군요.

무엇보다 그 선생님의 마음 변화가 저를 기쁘게 했습니다. 이제 학교를 위해, 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다짐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학교에 적응을 하면서 여러 선생님처럼 함께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 저의 말 때문이 아니라 여러 선생님들의 한결같은 열정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 잘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새해에는 교장선생님을 위시하여 모든 선생님에게 존경받고 인정받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시리라 확신합니다. 함께 동참해 우리학교의 좋은 전통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 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연휴 되시고 마음 편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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