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러(Storyteller)로서의 선생님

2007.01.08 12:04:58



롤프 옌센은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란 책에서 정보사회가 저물어 가고 있으며 이제는 정보사회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라는 자못 도전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정보화 시대에 진입한 지가 얼마나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정보사회의 종말이라니 우리들을 당황하게 하는 메시지이다.

책 제목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는 미래 사회의 특징을 ‘꿈과 감성'으로 나타냈다. ‘새 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가이드 북’이라는 저자의 말에서도 드러나듯 앞으로의 마케팅은 꿈과 감성을 팔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시대의 마케팅에서는 상품에 담긴 정보나 품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감동하게 하는 꿈과 감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상품에는 특별한 꿈과 감성이 담겨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계를 하나의 예로 제시하였다. 시계는 이제 값싸게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흔한 상품이 되었다. 시계가 흔할수록 사람들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시계보다는 소비자의 가슴에 파고드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시계를 원한다. 시계를 손수 만든 어느 장인의 이야기나 회사의 정감 어린 사연이 담겨 있을 때, 그것은 비록 비싸더라도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내어 잘 팔린다는 것이다. 즉 나이키 신발이라는 명품을 신으면 운동을 잘 할 수 있다는 꿈이 스며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이야기’다. 즉 바로 이런 이야기와 꿈이 담긴 상품이 명품이 되고 소비자의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도 담겨 있지 않은 상품은 사람들에게 꿈과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제는 모든 상품들이 소비자의 내면에 끊임없는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야 한다. 사람들은 왜 명품을 좋아하는가. 그것은 명품에 담긴 이야기가 좋기 때문이다. 즉, 상품에 담겨 있는 장인 정신에 감동하고, 생산업체의 정감 어린 사연에 감동하고, 브랜드에 담긴 아름다운 이미지에 감동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비단 사장에 쌓여 있는 상품에 한정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우리 선생님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이야기다. 즉, 교사가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해 주는 역할만으로는 학생들의 마음을 열 수 없다. 이제는 선생님도 학생들에게 꿈과 감동을 주어야 한다. 지식이나 정보 전달이 선생님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는 선생님ㅁ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시대이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아네트 시몬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언변도, 논리적인 설득도 아니다. 그것은 이야기라는 옷을 입은 진실이다.”라고 설파한 바 있다. 명품에 스며 있는 이야기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 지갑을 열게 하는 것처럼, 선생님의 꿈과 감동이 담긴 이야기가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선생님에게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중요한 교수기술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딱딱한 논리나 현학적으로 접근하거나 직접적인 감정 표현으로는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그들의 마음을 붙들 수 있는 대안은 교사의 진실한 이야기뿐이다. 비록 어눌하고 모양은 잘 갖추지 않았더라고 진실한 이야기는 장벽을 뛰어넘어 학생의 가슴에 파동을 일게 하지만, 구체성과 진실성이 없는 이야기는 늘 빗겨가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교사의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도록 도와주어여 한다. 지적인 설득이나 강요, 카리스마적인 호소 등은 일종의 하드파워(hard power)로 ‘밀어붙이기 전략’에 불과하다. 이런 일은 누구나 쉽게 싫증을 느끼게 한다. 꿈과 감동이 담겨 있는 이야기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로 학생들의 마음속에 ‘끌어들이기 전략’으로 작용하여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게 한다. 학생들에게 진실이 담긴 이야기를 주어 감동하게 하고 스스로의 행동하게 하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인 학생들의 마음을 붙들 수 있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storyteller)로서의 교사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교육은 교사와 학생 간의 이야기라는 인격적인 만남을 매체로 하여 교육적 성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야기 효과는 다차원적이고 입체적이다. 만약 누군가를 진정으로 설득하기를 원한다면 그의 마음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은 이야기를 해 보라. 그러면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을 풀어내고 말 것이다. 감동적인 스토리가 없이 매너리즘에 빠져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지도한다면 아이들은 쉽게 질려 버리고 중간에서 그만두고 말 것이다.

21세기는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 한다. 스토리텔링은 마케팅 전략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는 모든 영역에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이루는 데 매우 필요한 기술이다. 제조업을 하는 사람들은 감동이 담긴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경영자들 또한 스토리텔러로서 부하직원들에게 꿈과 감동을 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선생님 또한 아이들에게 꿈과 감동을 주어야 한다. 우리 선생님이 이 시대의 최고의 리더로서 ‘진실한 이야기를 생산하여 학생들의 세상을 넓혀 주어야 하고, 또한 인격적인 감화와 영향을 주어서 새 시대의 주인공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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