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 스며드는 역할대행 도우미 막아야

2007.01.10 14:25:00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다가 황당한 뉴스를 보았다. “떨어진 성적 상담할 때 ‘대행 부모’모시고 학교에 간다.”라는 조선일보 1월 10일자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대행업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생겨난 직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경제적 여유를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대행업을 이용하는 것이 거의 일상화되어 있다. 해외여행을 하고자 할 때에는 여행사가 대신 수속을 밟아 주고 있으며, 자동차를 살 때에는 영업사원들이 모든 업무를 대행해 주고 있다. 부동산을 사거나 팔 때에도 공인중개사나 법무사가 모든 일을 대신하여 처리해 준다.

대행업은 심부름을  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하였다. 바쁜 현대인들이 시간에 쫓기고 할 일 많은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에서 생겨난 일이다. 최근에는 역할대행 서비스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역할대행 서비스란 부모, 친구, 애인 같은 역할을 도우미가 시간당 수당을 받고 대신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에서 업무 보조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일부에서 파행적으로 운영하여 그 본래의 순수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기도 했다. 그 동안 심부름센터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이해관계에 있는 당사자를 대신하여 폭행한 일도 있고, 남의 약점을 찾아내어 골탕 먹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해마다 이로 인해 많은 피해자가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역할대행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체면세우기의 일환으로 역할대행 도우미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쾌락과 유흥의 수단으로 활용하여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대행업이 순수한 마음으로 학업에 정진하고 바르게 성장해야 할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니 매우 걱정스럽다. 학생들의 이용 사례를 보면 성적이나 친구 불화문제로 선생님과 만나주기, 흡연 음주 등 비행으로 선생님 만나주기, 여자친구 부모님 만나주기, 임신 중절 수술 보호자 되어 주기, 교통사고 수술 보호자 되어 주기 등 아주 다양한 형태로 애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에 학생지도가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을는지 걱정이다. 소위 ‘가짜’ 학부모와 무슨 상담을 하고 어떤 해결방안을 찾아내겠는가. 적당히 시간을 때워 수입을 챙기는 데 급급한 ‘가짜’들과 나눈 대화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은 뻔하지 않은가. 이는 대행역할을 이용하는 학생의 의식에도 문제가 많지만, 실제로 대행역할을 하고 있는 ‘가짜’에게도 문제가 많다. 학생 지도에 있어서 ‘가짜’들의 개입은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범죄 행위에 불과하다. 당장의 어려움이나 골치 아픈 일을 적당히 피해보고자 하는 학생과 돈벌이에 급급한 몰지각한 성인들에 의해 우리 교육이 조롱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2004년에 문을 연 N사이트에는 중·고등학생들이 부모대행을 주문하는 경우가 한 달에 30건이 넘는다고 한다. 전국적으로는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는 여학생들이 불법 낙태수술을 받을 때에도 부모대행 도우미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건전한 이성 관계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부모에게 혼날 일을 염려하여 아예 부모대행 도우미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우선 당장의 어려움을 그와 같은 방법을 동원하여 해결한다고 하지만 학생의 근본적인 태도나 의식을 바꾸는 데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대행업체가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돈 되는 일은 무슨 일이라도 하고 보자’는 사고방식이 가져 온 결과이다. 학생지도는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학교의 교사가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서로 이해하고 돕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는 학교에 찾아오는 학부모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서 신분증을 요구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대행업체의 일정한 역할이 어느 정도 요구되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학생 교육과 관련해서는 어떤 영업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에 있어서 이와 같은 역할대행은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수의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 제도가 지니는 마력(?)을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팔짱끼고 있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교육당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하여 보다 심층적으로 접근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학생의 비교육적 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홍보 지도하고, 아울러 대행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한 경고와 법적 책임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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