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낙심 관리입니다

2007.01.13 10:55:00

선생님, 저는 어제 종일 기쁜 날이었습니다. 딸이 저에게 기쁨을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12일 깊은 밤 01시 조금 지난 시간에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딸이 서울 초등 임용고사 최종합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기쁜지 그 이후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내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정말 평생 기쁨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듯했습니다. 딸, 아들의 대학의 합격 때도 그렇게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것도 어제만큼 기쁨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 정도로 바람이 간절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리고 학교에 와서도 모두들 어떻게 되었나 하고 궁금해 하는데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간단하게나마 함께 떡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행정실장님과 두 분의 선생님과 함께 점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여러 선생님의 축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왜냐 하면 같이 재수를 하면서 이화여대 도서실에서 한 해 동안 같이 동고동락하며 함께 공부를 했던 딸 친구 중 한 명이 떨어졌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그 학생의 마음이 어떠했으며, 그 부모님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은 교육학 책을 두 권 정도 달달 외울 정도로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고 1차 합격 후 2차 논술, 영어인터뷰, 면접, 실기 등 모든 면에 완벽하게 공부를 한 학생이라 자기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친구는 꼭 임용고사에 합격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었는데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딸은 불안해서 서울특별시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을 하지 못하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함께 공부했던 떨어진 친구는 확인해 보니 자기는 떨어졌는데도 딸의 합격을 축하한다고 울면서 전화가 왔더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함께 울며 오히려 축하받기보다는 격려를 했다고 하더군요. 함께 공부했던 친구가 떨어졌으니 얼마나 마음 아프겠습니까?

임용고사 시험 결과를 앞둔 부모 심정을 한번 헤아려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정말 답답했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돈독히 가져도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더욱 불안했습니다. 피를 말렸습니다.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습니다. 또 떨어지면 어쩌나? 이번에 떨어지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째인데, 갈수록 더욱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하는데...온갖 걱정이 뇌리를 스쳐가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 지원하는 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다 월등한데 그야말로 실력이 종이 한 장 차이인데 또 떨어지면 애가 자신감을 잃게 될까봐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모두가 서울교대, 이대 등의 학생들과 수도권 학생들, 또 전국에서 나름대로 똑똑한 학생들이 다 지원할 것인데 어쩌나? 나이는 들어가는데 큰 일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선생님 보기에도 그렇고...

아마 부모 심정은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러하기에 딸의 한 친구가 떨어졌다는 소식에 저 혼자만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그 친구를 위해 더욱 위로하고 격려하며, 할 수 있는 한 배려를 아끼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친구 기죽지 않게 하도록 말입니다. 이 학생뿐이겠습니까? 모두 1,1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서울 초등 임용고사에 떨어졌는데 그 당사자는 물론 부모님들의 심정이 어떠하겠습니까? 전국에 수많은 학생들, 부모님들이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렇게 다시 격려하려 합니다. 임용고사에 떨어져 낙심하는 어느 누구도 조금도 기죽지 말았으면 합니다.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다시 용기를 얻어야 합니다.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내일이 있습니다. 기회가 있습니다.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느 누구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힘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좌절해서는 안 됩니다. 낙담해서도 안 됩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다시 따뜻한 봄이 옵니다. 그 날은 꼭 있습니다. 한 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계속 있습니다. 반복됩니다. 그러니 합격한 친구들 보면서 낙심하지 마셔야 합니다. 조금 앞서 간다고 해서 부러워하지도 마셔야 합니다. 앞서 가도 뒤쳐질 수도 있습니다. 뒤쳐져 가도 앞서 갈 수 있습니다. 내 앞에 다가온 시련을 자신을 연단하는 기회로 생각하시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 바랍니다.

1년만 더 기다리기 바랍니다. 1년이 너무나 힘들겠지만 잘 참아내야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기다림을 통해 성숙하게 되지 않습니까? 곡식이 작렬하는 여름 태양빛을 받으면서 영글어가지 않습니까? 뜨거운 풀무불과 같은 시련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잘 통과하시면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아름답게 나타날 것입니다. 내일의 씨앗을 지금부터 준비해야죠. 지금부터 밭을 갈아봐야죠. 지금부터 다시 농사를 짓도록 해야죠. 반드시 합격의 영광스러운 관을 머리에 쓸 날이 올 것입니다.

임용고사에 합격한 학생들은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더욱 겸손해야 합니다. 떨어진 학생들이 나보다 더 똑똑한 학생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들보다 나에게 기회가 먼저 온 것이지 이들보다 실력이 월등해 합격했다고 우쭐해서도 안 됩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배우는 일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가르치려고 하는 마음의 자세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 선생님 되도록 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교육은 낙심 관리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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