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못질하니 뭔가 어색하네요

2007.02.01 13:32:00









우리 학교와 자매학교를 맺고 있는 중국 학교 방문단이 올 봄에 우리 학교를 방문합니다. 이 방문단의 세부일정을 짜기 위해 몇 분의 선생님과 경주를 둘러보았습니다.

경주는 우리가 자랑하는 옛 도시답게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미져 있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경주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서 불국사로 갔습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사찰이라 외국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외국 손님맞이 행사 준비로 가니까 외국사람들의 느낌이 궁금합니다. 그들의 밝은 모습을 보니 그들도 불국사는 매우 인상적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옥에 티가 하나 있군요. 나무에다 큰 못을 박아 놓았군요. 학교에서 ‘숲가꾸기 행사’도 같이 하다보니 아무래도 나무에 못질한 게 눈에 그슬립니다. 지나가는 스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나무에 못질한 게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스님은 시큰둥하게 답합니다.
“그건, 우리 소관 아닙니다.”
“???”
“당국에서 알아서 합니다.”
“그럼, 한 말씀하시지 않고요.”
“그들이 우리 말 듣나요.”

우리 일행은 더 이상 말 붙이기가 민망하여 우두커니 서 있었다.
다른 나무도 똑같았다. 단풍나무는 껍질도 약한데 어김없이 못질을 해놓았다. ‘깔끔하다든지’, 아님 ‘나무에는 해가 없다든지,’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그렇게 한 분들도 그들 나름대로 이유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보호 캠페인 덕분에 ‘나무를 꺾지 맙시다.’ ‘나무가 아파요.’ 이런 문구에 제법 익숙한 우리들에겐 이 못은 그저 부자연스럽기만 합니다.

경주 반월선 내의 석빙고 옆 나무에 쇠줄로 달아 놓은 조명등에 대해서도 옆의 선생님이 한 말씀 하십니다.
“선진국에서는 스프링 줄을 이용하기에 나무의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던데.”
아무튼 문화재와 자연보호를 함께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태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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