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받은 장학금 모아 후배들을 위해…

2007.02.16 07:07:00



“어렵게 공부하고 졸업하는 소영이에게 뭔가 의미 있는 것을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3년 동안 소영이가 받은 장학금을 꼬박꼬박 모은 거에 조금 더 보태 어렵게 공부하는 소영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내놓았어요. 대학 등록금을 걱정하는 소영이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며 이해를 구했더니 선뜻 따라주었어요.”

소영이 어머니 김덕순씨는 조심스럽게 장학금을 학교에 쾌척한 이유를 말한다.

올해 여고를 졸업한 소영이와 소영이 어머닌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 300만원을 학교에 내 놓아 후배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소영이 어머니가 장학금을 내놓게 된 이유는 소영이와 가족들의 깊은 뜻이 담겨있다.

후배들을 위해 3년 동안 받은 장학금 내놓아

소영이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학생이다. 어릴 때 놀다가 뇌를 다쳐 청신경이 마비되었다.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고칠 수 없다는 소리에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소영이와 가족들은 그것을 이겨냈다.

어머닌 잘 듣지 못하는 소영이를 위해 바람 부는 들판에 내놓았다. 온실 속에 놓으면 어른이 되어 홀로 설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소영이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무척 노력했어요. 눈물도 많이 흘렸구요. 초등학교 때 걸 스카웃 활동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 둔 적이 있지요. 청각장애 때문에요. 그래도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보이 스카웃 활동도 하게하고, 밴드 활동도 하게 했어요.”

다행히 성격이 낙천적인 소영인 그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에 항상 친구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작년 생일 때의 사건을 말하면서 환하게 웃는다.

“제 생일 때 소영이 친구들한테 생신 축하한다는 문자가 날아오기 시작한 거예요. 정신없이 축하를 받았죠. 아마 제 생일 날 중 그때가 제일 행복한 생일이었을 거예요. 얼마나 기특하고 이쁘던지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있던 소영이가 쑥스러운 듯 얼굴이 붉히더니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날 위해 지금까지 살아오셨어요. 그래서 친구들을 동원하여 ‘생일 이벤트’를 준비한 것 뿐예요.”

소영이의 말을 듣고 있던 어머니가 소영이의 손을 잡는다. 지나온 날들이 떠오르는지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그런 엄마를 보고 소영인 “엄마와 저는 눈만 쳐다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인지 다 알아요. 그냥 마음이 통해요.” 한다.

3년 동안 장학생 놓치지 않은 소영이

소영이가 처음부터 공부를 잘 한 건 아니다. 중학교 때도 잘 한 편이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 첫 시험을 봤을 때 소영이의 성적은 반에서 15등 정도였다. 성적표를 받아 본 소영이 어머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영이에게 ‘공부’라는 말을 꺼냈다. 공부는 소영이가 스스로 설 수 있기 위한 최소한의 기둥이라며. 그때부터 소영인 공부를 시작했다. 시험 때엔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자지 않았다. 그래서 1학년 2학기 때부터 3학년 졸업 때까지 줄곧 장학생이 되었다.

“엄만 늘 날 걱정해요. 성인이 되어서 혼자 무언가 할 수 없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엄마의 걱정도 있었지만 내 꿈을 위해서죠.”

소영이는 학교생활이 늘 즐겁고 기뻤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지겨워하는데 소영인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웃고 다녔다. 그러나 그런 소영일 바라보고 웃기도 하고 우는 사람도 있었다. 소영이 3학년 담임인 하양숙 선생님은 소영이로 인해 울기도 했지만 많이 행복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들어가면 소영인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입만 바라봐요.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요. 그런 소영일 바라보며 속으로 많이 울었어요. 그렇지만 소영이 때문에 너무너무 행복한 일 년을 보냈어요. 소영이의 웃는 얼굴, 밝은 얼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소영이에 대한 칭찬은 한두 사람이 아니다. 소영이와 함께 수업을 했던 선생님들은 모두 칭찬을 한다. 그건 단순히 공부를 잘 해서기 보단 자신에게 주어진 어려움에 낙심하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로 나아가는 모습 때문이다.

내 마음은 장애가 없어요

“이젠 소영이가 엄마를 위로해요. 내가 힘들고 어려움에 빠질 때면 ‘엄마, 힘들고 어려운 것도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괴로운 것을 즐기세요.’ 하곤 어른처럼 절 다독거려요.”

소영이가 괴로운 것도 즐기라고 말하기까진 소영이의 성격이 낙천적인 측면도 있지만 어머니의 노력이 컸다. 소영이 어머닌 추울 땐 시원하다고 말하고 생각하게 했다 한다. 소영이가 듣지 못해 괴로움에 눈물을 흘리면 ‘넌 볼 수 있는 눈이 있어. 걸을 수도 있고, 누구보다 예쁘고, 생각도 누구보다 밝잖아. 듣지 못한 것은 작은 어려움에 불과해. 넌 이길 수 있어.’ 하며 용기를 주었다. 이러한 엄마의 교육방식은 소영이가 모든 면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신체적 장애는 있으나 이젠 마음의 장애는 없어요. 세상에 나가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자란 것 같아 소영이가 너무 고맙고 대견스러워요.”

마음의 장애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기까지 소영이 모녀는 수없이 많은 눈물과 땀을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소영인 더 많은 눈물과 땀방울을 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자신의 꿈인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 요리를 전공하는 대학에 들어간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장애를 극복하고 웃는 소영이. 자신 있게 자신의 딸이 마음의 장애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어머니. 그리고 그 딸을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어머니. 두 사람의 얼굴엔 미래에 대한 희망의 미소가 환하게 퍼짐을 볼 수 있어 두 사람의 이야길 듣는 나 또한 행복했다.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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