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불 속에 작은 법당이 있는 백천사

2007.02.16 14:08:00

 

창선-삼천포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각산의 봉화대에서 뒤편을 보면 울퉁불퉁 근육질의 산줄기가 인상적인 와룡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다.

사천에서 삼천포항 쪽으로 달리다 보면 좌측으로 와룡산 자락이 나타나고 길가에 백천사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팔만구암자(八萬九菴子)가 있었을 만큼 옛날의 절터가 많기로 유명한 와룡산 산자락에 자리 잡은 백천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선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삼천포에서 백 번째 물이 나오는 곳에 사찰을 지었다는 설도 있다.

구불구불 시골길을 따라 백천사로 가다보면 사찰 못미처 계곡에 둑을 쌓아 만든 작은 저수지가 아름답다. 저수지를 따라 시골음식을 파는 작은 식당들이 몇 집 있고, 저수지 옆으로 커다란 주차장과 상가가 맞이한다.


주차장 끝에 있는 백천사 표지석을 지나면 바로 앞에 사찰이 나타난다. 길옆과 대웅전 뒤편으로 대규모 불사가 진행 중이라 어수선하지만 사찰을 찾는 사람들은 다른 사찰보다 많다.

대웅전 안의 풍경도 다른 사찰과 다르다. 신도들도 많고,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스님이 신도들의 등을 죽비로 사정없이 내리친다. 대웅전 옆에 있는 백천감로수의 물맛도 봐야 한다.




배꼽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시계방향으로 세 번 돌리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포대화상의 미소가 너그럽다. 옆에 있는 놋단지 속의 물을 손에 바르고 손잡이를 문지르면 마음이 깨끗한 사람일수록 ‘윙~’ 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던가? 지나가는 사람마다 배꼽을 만지는 모습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있는 풍경이다. 대웅전에서 약사와불전 가는 길의 계단은 맷돌로 만들어 이채롭다. 계단 옆에 놓여있는 돌탑과 불상들이 백천사를 더 아름답게 한다. 전대웅전 옆 언덕에 불전이 놓여있는 좌불도 둘러봐야 한다.






위쪽 뒤편에 있는 약사와불전에 2400여년 된 소나무로 만들었다는 길이 15m의 와불이 있다. 열반에 들 장소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부처를 상징한다는 와불(누워있는 부처님)의 몸속에 사람들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을 만큼 넓은 작은 법당이 있어 이곳의 와불이 유명하다. 발끝 쪽의 입구부터 머리 쪽까지 속이 텅 비어있고 양옆과 앞에 작은 불상들이 모셔져 있는 이 와불을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백천사를 찾는다.

1년 신수를 좋게 해준다는 부적을 사지 않아서일까? 와불 입구를 지키는 보살님들이 의미심장한 눈초리를 주고받으며 사진촬영을 하지 말란다. 누구에게 던진 말인지 ‘사진만 찍으려고 해’라는 소리가 등 뒤로 들려온다. 기분이 상했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게 순리라는 것을 이곳에서 깨우쳤으니 인생살이는 참 재미있다.


약사와불전 왼쪽으로 가면 오방불과 산신각이 있다. 오방불의 법륜을 돌리면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산신각 옆에 놓여 있는 산신할머니 돌은 소원을 빈 후 돌을 세 번째 들었을 때 들려지지 않으면 소원이 모두 이뤄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소원을 빌고 돌을 들던 아주머니가 팔에 힘을 주며 세 번째에 돌이 들려지지 않는다고 신기해한다. 여행길에 나선 나그네 주제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전해 내려오는 얘기 중에는 ‘믿거나 말거나’도 많지만 그 아주머니의 소원이 꼭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은 같았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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