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도 아니고 물도 아닌 것이 늪이라고 했던가? 우묵하게 패인 웅덩이에 늘 물이 괴어 있는 습지로 몇 년 전만 해도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던 늪이 환경을 보호하고 생명체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최적의 장소로 알려지며 지금은 생산성이 가장 높은 땅으로 보호되고 있다.
낙동강의 홍수 때 강물에 밀려온 모래에 의해 만들어진 낮은 웅덩이가 오랜 세월에 걸쳐 습지로 형성되었다는 우포늪(경남 창녕군)은 국내 최대로 서울 여의도와 맞먹는 면적을 자랑한다. 약 1억4000만년 전의 원시가 살아 숨 쉬고 천연기념물인 고니, 저어새 등의 철새와 희귀한 곤충은 물론 여러 종류의 어류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언론 매체의 소개나 달력의 표지에서 본 수면을 덮고 있는 개구리밥과 버드나무 군락지의 낭만적인 풍경 때문에 오래전부터 한번 들려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여행지가 우포늪이다.
도대체 얼마나 넓은 늪일까? 늪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늪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작은 습지만 보고 자란 탓에 궁금한 것도 많았다. 기대와 설렘을 잔뜩 가지고 아내와 우포늪을 찾았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직은 봄맞이 준비가 부족한 3월 중순의 쌀쌀한 날씨 때문일까? 사진이나 화면으로 봤던 멋진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 동식물들에게는 편안한 휴식처였고, 아직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은 철새들이 늪을 지키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람들과 친근해졌는지 길과 가까운 곳에서 철새들 몇 마리가 먹이를 찾느라 분주히 물속을 들락거린다. 아침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전망대에 올라 아침 햇살을 받아들이며 반짝거리는 수면을 바라봤다. 철새들이 몇 마리씩 떼를 지어 늪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철새들을 제대로 관찰하려고 늪의 제방으로 올라갔다. 제방의 끝에 있는 버드나무 군락지에 수많은 철새들이 떼를 지어 앉아 있다. 철새들의 군무를 보고 싶었지만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시간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그저 몇 마리씩 제방 아래에 있는 농경지로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철새들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푸른우포사람들(
http://www.woopoman.co.kr)에 가면 우포늪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