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이라면 누구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히말라야 설산을 꿈꾼다. 오죽하면 히말라야의 8천m급 봉우리들은 신들의 영역으로 불린다. 한왕용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산악인 중 한명으로 8천m급 14 봉우리를 모두 등반했다. 그러니 개인적으로는 소원을 성취했고, 산악인들에게는 평생 추앙받을 만큼 큰일을 이뤄냈다.
그런데 마지막 14좌 등정을 마치고 내려온 뒤 ‘이대로 가다간 히말라야가 쓰레기더미에 묻히지 않을까?’를 걱정했다. 바로 등반대가 버린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히말라야로 향하는 클린마운틴 운동을 시작했다. 그 덕에 산악인 한왕용씨는 히말라야의 휴머니스트로 불리며 일반인들에게까지 존경받는다.
‘인간이 버린 양심으로 병든 히말라야를 치유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야 후손들도 히말라야의 고매한 정취를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짧은 말 속에 한왕용씨가 클린마운틴 운동을 전개해야 하는 이유가 들어있다.
등산만큼 호연지기를 키워주는 운동도 드물고 산에 가보면 등산객의 숫자도 많아졌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여가생활을 건전하게 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산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아야 한다.
어디로 가든 길은 다 통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산에서 길 한번 잘못 들면 고생해야한다. 갈림길에서 고심할 때 작지만 큰 몸짓으로 방향을 안내하며 동반자가 되어주는 게 리본이다.
리본이 이정표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가슴에 새길만한 명구라도 써있는 깨끗한 리본은 발걸음을 멈추고 인생살이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런데 요즘 산행 길에 수명을 다하고 초라해진 리본들을 많이 만난다.
오래된 리본들은 낡아서 추하다. 제 역할을 다했으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도 없다. 보기 싫으면 누군가 없애야 한다. 당연히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클린마운틴 운동의 일환으로 등반길에 낡은 리본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회수하는 운동을 펼치는 것은 어떨까? 묵은 때를 벗어내듯 등산로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또 우리들의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산들이 더 환영할 것이다.
낡은 리본을 회수하는데 힘이 들거나 어려운 일도 없다. 리본을 회수하기 위해 일부러 등산로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그냥 산행을 하다가 수명을 다한 낡은 리본이 보이면 끌러서 주머니에 넣으면 된다.
지난 일요일 청주삼백리 회원들과 청주사랑 답사를 하며 낡은 리본을 회수했다. 작은 일이었지만 실천하고 보니 가슴이 뿌듯했다. 청주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먼저 낡은 리본 회수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어쩌면 교원은 아이들에게 리본 역할을 하는 소중한 존재다. 우리들이 나서면 낡은 리본 회수 운동이 금방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클린마운틴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등산로에서 낡은 리본들이 모두 없어질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