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845m의 악휘봉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칠성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백두대간의 본 줄기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지만 정상 부근은 절경을 자랑한다.
산행은 악휘봉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연풍면 적석리 입석마을의 음지말 회관 앞이나 연풍면 주진리 은티마을에서 시작할 수 있다. 어느 쪽에서 시작하더라고 쉽게 갈 수 있지만 승용차 때문에 은티마을에서 출발해 은티마을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은티마을은 희양산, 구왕봉, 시루봉, 악휘봉, 마분봉의 산행기점으로 많이 알려졌다. 깊은 산속에 있는 마을이지만 큰 유료 주차장을 보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4일, 주차장 옆 밭에서는 매실나무들이 뒤늦게 활짝 꽃을 피웠다.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유래비, 장승, 괴산군 보호수인 노송, 키가 큰 전나무가 은티마을을 돋보이게 하며 반갑게 맞이한다. 백두대간을 등반하는 사람들이 막걸리 한잔에 피로를 푸는 구판장의 풍경도 구경거리다.
구판장 앞 냇가에서는 오리 한 마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작은 다리를 건너 마을 가운데로 나있는 길을 조금 가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이곳에 설치되어 있는 이정표를 보고 시루봉ㆍ희양산ㆍ구왕봉 등반은 왼쪽, 악휘봉ㆍ마분봉 등반은 오른쪽 길을 택해야 한다.
냇가를 끼고 가다가 마지막 농가에서 오른쪽으로 난 농로를 따라 가면 규모가 큰 축사를 지난다. 여기서 가까운 곳에 입석골에서 내려오는 계곡 갈림길이 있고, 계곡을 따라 북쪽으로 가다보면 밭둑길로 이어진다.
깊지 않은 계곡이지만 이곳은 은티마을 사람들의 식수원이라 물가에 가는 것을 금한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맑은 물과 잘 어우러지는데 이곳부터 4㎞ 구간은 2006년 백두대간 등산로 정비사업에 의해 잘 다듬어져 있다.
산길로 접어들어 악휘봉 방향으로 가다보면 시루떡 같이 생겨 떡바위로 불리는 큰 바위가 연이어 놓여 있다. 마지막 떡바위를 지나면서 오르막길이 가팔라지는데 한참 오르다보면 입석골 안부에 닿는다. 입석에서 산행을 시작해 악휘봉이나 마분봉을 등반하는 경우에도 이곳 안부사거리에서 만난다.
왼쪽으로 바위를 올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고 세미클라이밍 코스를 오르다보면 전망이 좋은 곳이 몇 군데 있다. 마분봉, 희양산, 구왕봉 등의 비경이 가깝게 보인다. 악휘봉 등반의 별미이자 최고의 걸작품인 선바위가 눈앞에 나타난다. 벼랑 위에 서 있는 4m 정도의 입석이 주변의 산들과 어울려 새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악휘봉의 정상은 선바위에서 가깝다. 넓은 기암괴석과 노송, 고사목으로 이루어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이곳의 정상부근 만큼 조망이 좋은 곳도 드물다. 가까이에 있는 마분봉, 시루봉, 희양산, 구왕봉은 물론 월악영봉에서부터 신선봉, 조령산, 장성봉, 막장봉, 칠보산, 군자산, 덕가산, 박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 충청북도와 괴산군에서 세운 아담한 표지석이 있다. 그 옆에 지방의 산악회 이름이 적혀있는 작은 표석은 산의 이름 '악휘산'을 '악희산'으로, 산의 높이 '845m'를 '940m'로 표기해 정상에 오른 사람들을 혼동시킨다.
악휘봉 정상에서 이 세상에는 대충해서 될 일이나 하찮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우친다.
[교통안내] 1. 중부고속도로-증평IC-괴산-연풍-주진리 은티마을
2. 중부내륙고속도로-연풍IC-주진리 은티마을
[등산안내] 산행시간 - 약 4시간
은티마을 → 입석리갈림길 → 입석골안부 → 장성봉삼거리 → 정상 → 장성봉삼거리 → 입석골안부 → 입석리갈림길 → 은티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