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를 줄이는 학생수 적은 학교 살리기

2007.06.28 12:55:00

교직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다보니 문명의 발달에 비례하여 학교가 너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우선 주거환경이 아파트로 급속히 변화 하면서 도시변두리에 생겨나는 아파트 단지 속으로 새로 생겨나는 현대식 학교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런 반면에 백년을 전후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는 학생수가 점점 줄어들어 건물과 운동장은 대형학교인데도 학생수가 줄어들어 규모가 작은 학교로 밀려나고 있어 동문회에서도 모교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안타까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60-70년대만 해도 농산어촌의 면내초등학교가 3개 이상이었던 곳이 많았는데 이농현상과 젊은이들의 농촌기피현상과 저 출산으로 1면 1개교 유지도 어려운 지역이 많아졌다. 작고 아름다운 수많은 학교가 그동안 폐교되었고 학생수의 감소로 폐교예정인 학교를 바라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폐교되는 학교의 시설이나 기자재들은 인근학교로 관리전환 되어 활용되고 있지만 폐교를 임대하여 문화학교로 활용되는 곳은 어린시절의 추억이라도 회상할 수 있지 않은가? 매각되어 다른 용도로 쓰이는 곳은 동심의 추억마저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 곳도 있다. 극소수이지만 매각이나 임대가 되지 않은 채 흉물로 남아있는 모습은 그 황량함에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린시절 꿈을 키우며 공부하던 졸업생들이 모교를 찾아와서 폐교된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쓰리고 아플까? 동문체육대회를 열어 선후배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모교가 사라진 경우 어린시절의 추억을 송두리째 빼앗긴 기분이 들것이다. 학생이 없는데 학교가 더 이상 유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학생수가 줄어들면 2개 학년을 한분의 선생님이 가르치는 복식수업을 하게 된다. 자식교육에 모든 것을 투자하려는 요즘의 학부모들은 내 자식 만큼은 복식수업을 시킬 수 없다고 주소를 옮겨서라도 인근의 큰 학교로 전학을 보낸다. 그러니 소규모학교는 급속하게 학생수가 감소하여 폐교의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학생수가 많은 큰 학교의 콩나물교실에 자식교육을 맡겨야 반드시 공부를 잘하는지는 연구결과가 없어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한분 선생님이 30-40명의 아이들을 가르칠 때 한명의 아이가 받는 교과교육이나 인성교육의 질과 복식수업에서 받는 교육의 질을 생각해 보고 선택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어떤 학부모는 소규모학교에서 공부하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폭이 좁다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복식수업을 기피하여 전학 가는 아이들만 남아있어도 폐교까지는 안갈 수 있는 학교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작은 학교의 좋은 점이 무시되는 것이 못내 아쉽다. 학부모에겐 모교요, 우리고장의 학교를 살리기 위한 노력보다는 내 자식만큼은 큰 학교에서 공부시키겠다는 무조건적인 자식사랑에 몰두한다는 생각이 과연 올바른 판단인지 의구심이 든다.

도시의 큰 학교에 남는 교실과 넓은 운동장과 교재교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아파트단지에 살더라도 학교는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면 교육예산 절감과 인성교육에도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농산어촌 지역은 동문회와 학부모 교직원의 노력으로 폐교위기에서 살아나는 학교도 있다는 보도를 접할 때면 인성이 형성되는 초등학교과정의 일부분이라도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 자리 잡은 농산어촌의 소규모학교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학부모가 진정한 자녀교육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녀에게 지식을 많이 넣어주려고 하기보다 큰 그릇으로 키우려는 지혜는 먼 장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는 학부모라는 생각을 한다.

폐교의 안타까움을 줄이는 학생수가 적은학교 살리기에 지역주민, 동문회, 지역자치단체, 그리고 교육당국에서 함께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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