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3년전쯤의 일이다. 무자격교장공모제 이야기가 최초로 거론되기 시작했을때, 현직교장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교장임용제도를 개선하려면 뭔가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 대책중에는 교장공모제도 거론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 현직교장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의아스럽게 생각했었다. 혹시 자신은 교장이 되었기에 앞날이 걱정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교장임용제가 어떻게 개선되건 현직교장선생님은 별로 손해볼 것이 없다. 이미 교장이 되었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한 교장으로 교직생활을 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장승진을 앞둔 교감들은 사정이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교장승진의 길을 난데없는 공모제가 일정부분 차지한다면 교장승진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는 집단이 바로 교감집단인 것이다. 그렇지만 교감의 위치가 여러가지 눈치를 보아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터놓고 반대하기도 어렵다.
반면 평교사들은 어떤가. 나도 혹시 교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된다. 겉으로는 반대입장을 보이지만 내심으로는 보이지 않게 찬성하는 경우도 많다. 교감승진을 앞둔 경우라면 사정이 좀 다를 수 있지만 많은 교사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좀더 깊이 생각한다면 혹시나 하는 마음도 역시나로 바뀌겠지만 쉽게 생각하다보면 괜히 뭔가 변화가 있기를 슬그머니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진 평교사를 탓하고자 시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해없기를 당부하면서 오늘은 한국교총 이원희 회장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한국교총60년사에 최초의 평교사 출신회장이 바로 이원희 회장이다. 그런데 회장취임과 함께 교장공모제 도입안을 폐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을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다. 교장도 아니고 교감도 아닌, 평교사출신인 이 회장이 이렇게 나서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물론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회장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평교사출신이 교장공모제를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교사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반드시 교장까지 승진한다는 보장이 없다. 교장임용제도에 별다른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기저기 이름이 알려진 교총회장이 적극적으로 저지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교감이 나서서 반대한다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평교사가 나서서 반대한다는 것은 그 정책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교사임에도 반대를 하고 폐기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에도 이 회장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교장, 교감보다는 평교사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다면 이는 틀림없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평교사 입장에서는 교장공모제의 도입 여,부를 놓고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도입되면 도입되는대로 거기에 맞춰 노력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교장공모제 도입의 철회를 검토할 때가 되었다. 이미 문제점 투성이라는 것이 밝혀진 이상 계속추진해서는 안된다. 문제가 없는 정책도 막상 도입을 하면 여기저기서 적지않은 문제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시행을 하기도 전에 문제가 발생한 교장공모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폐기되어야 한다. 일단 폐기한 다음에 처음부터 교장임용제도 개선을 위한 검토가 시작되어야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의견청취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