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외국어고등의 특목고 신설 협의를 전면 중단함으로써, 특목고의 추가 신설을 실질적으로 금지하기로 한 데 이어 외국어고를 특목고가 아닌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불과 1-2일 사이에 쏟아져나온 특목고 관련 방안이기에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특목고 신설 협의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에 대한 논란이 미처 표면화되기도 전에 특성화고로의 전환방안검토를 밝힘으로써 이를 놓고 어떻게 보아야 할지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동안 특목고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금도 중3학생들은 특목고 진학을 위해 밤늦은 시간이 아닌, 이튿날 새벽까지 학원에서 지내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형편이다. 이는 '특목고진학=좋은대학진학'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바로 문제의 시발점이 아닌가 싶다. 외국어고나 과학고등이 대학진학의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손을 대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더라도 이런 민감한 문제를 교육부에서 단독으로 결정짓고 추진하는 것은 관련규정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특목고신설을 위해서는 시,도교육감과 교육부가 협의를 하도록 되어있으나 이번의 조치는 협의 자체를 중단하는 조치이기에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외국어고에 대한 특성화고 전환방안은 한번 더 원투펀치를 가하는 꼴이기에 더욱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국어고에만 가혹한 조치를 단행한다는 반발에 대하여 한마디로 교육부의 신중하지 못한 방안발표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특목고가 본래의 목적과 달리 입시위주의 교육을 해왔다면 그 부분에 대한 교육부의 철저한 대응이 있었어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시정되지 않는 학교에 대해 인가를 취소하는 방안까지 시행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대로 방치해 오다가 갑작스럽게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막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조치를 강구해야 옳다. 정황만 가지고 조치를 취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외국어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이유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특성화고로 전환이 되었을때 이들 학교에서 입시위주의 교육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도리어 더욱더 입시위주 교육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같은 특목고이면서 비슷한 교육을 하고 있는 나머지(과학고나 국제고)학교들에 대한 조치는 없이 외국어고만 특성화고로 전환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표적'이 외국어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의 특목고 관련 방안은 사전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즉 객관적인 실태조사가 선행되었어야 하고, 이에따라 적절한 후속조치가 있었어야 한다. 물론 특목고중 외국어고의 비율이 높은 것을 감안할 때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긴 하다. 그렇더라도 무조건 신설을 막기보다는 기존의 학교에 대해서도 본래목적에 반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과감히 인가취소조치를 취했어야 좀더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다.
특목고가 난립하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중3담임을 하면서 학생들이 다음날 새벽까지 학원에서 특목고진학을 위해 보내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목고가 없었다면 이런 안타까움까지는 없었을수도 있다. 학생들의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히 특목고관련 대책이 나와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식의 방안은 효과가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교육부에서는 실태파악을 먼저하고 그 이후에 좀더 다양한 방향으로의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