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

2007.09.23 08:56:00

올해는 추석연휴가 기본적으로 5일이다. 토요휴업일까지 겹쳐졌기에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연휴말미에 재량휴업을 실시하는 학교에서는 6일이 연휴가 된다. 어제 퇴근길에는 서로가 연휴를 잘 지내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귀성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학생들이나 교사들 모두 즐거운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오전수업이 끝나갈 무렵, 교내 메신저로 한통의 메시지가 왔다. 내용인즉, '추석연휴를 앞두고 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들에게 교원들이 조그만 선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찬성하면 연락해달라'는 내용의 상조회장으로 부터 온 메시지였다. '당연히 찬성입니다.'라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점심시간에 상조회장을 만났다. '요즈음처럼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우리들마저도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찬성해 주셔서, 상조회비로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선물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음을 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학교 뿐 아니라 다른 학교들도 비슷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학교마다 비정규직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있을 것이다. 대우는 정규직만큼 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업무에서만큼은 학교의 중추적인 업무수행을 하고 있다. 도리어 정규직보다 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많다.

비정규직 법안통과로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지만 아직은 많은 인원이 그대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학교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우리학교의 비정규직들은 헌신적으로 학교업무를 하고 있다. 항상 고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상조회장의 생각은 정말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는 생각이다. 선물이라야 최소한의 성의표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선물을 하는 입장과 받는 입장 모두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학교에 함께 근무하는 교직원들은 누가 정규직이고 누가 비정규직인지 관심이 없으면 잘 알지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수행하는 업무에 조금의 차이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은 한식구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갖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더우기 거의 모든 교직원들이 찬성하고 당연시했다는 것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한식구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우리학교 모든 교직원들이 더욱 뜻깊고 즐거운 연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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